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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좋아하세요?

by 함지연

친구가 고흐 전시회에 같이 가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고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했고, 친구는 혼자 전시회에 갔어요.


친구는 고흐의 그림을 좋아해요.

나도 고흐의 그림 몇 개는 좋아하죠.

고흐의 그림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두 편도 인상 깊게 봤고요.

강렬한 색감과 고흐만의 붓터치는 좋아합니다.

근데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이 고흐는 아닐 거예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관람하는 것도 좋아하고

문화센터의 미술 수업에서 다른 수강생들의

그림 또한 좋아하는데

콕 찍어서 나는 누구의 그림이 좋다고

대답하기는 어려워요.

그냥 서툰 내 그림도 좋고 투박한 친구의 그림도 좋고 80년 만에 처음 붓을 들었다는 할머니의 그림도 좋아요.

고흐를 제일 좋아하지는 않지만,

고흐를 싫어하냐고 물어도 그건 아니라고 말할 거예요.


전시회에 다녀온 친구가 기념품으로 엽서와 노트를

선물로 주었어요

꽃 좋아하는 나를 생각해서 고흐의 그림 중 꽃이 가득 담긴 화병으로 골랐어요. 처음 보는 그림인데, 예뻤어요.


고흐를 제일 좋아하는 친구는

오늘 아침 비행기를 타고

고흐를 만나러 파리로 떠났습니다.

그건 오랜 꿈이었다고 해요.


오르세 미술관도 가고 고흐와 테오의 묘지와

고흐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밤의 카페테라스, 까마귀가 나는 밀밭 등의

장소도 가볼 거라고 해요.


자신이 사랑하는 화가의 길을 따라 걸어보는

친구의 마음은 어떨까 궁금합니다.

2주간의 여행이 끝나고 나면 그 후기를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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