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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날아

by 함지연

친구의 딸은 지난해 캐나다로 갔습니다.

일 년이 지난 지금은 그곳의 생활에 익숙해지며

씩씩하게 지내고 있어요.

자주 다니는 골목이 익숙해지고 좋아하는 카페가 생기고 주위에 좋은 사람들도 생겼겠지요.


얼마 전에 친구가 딸이 보내준 사진을 내게 보여주었어요. 사진 속에서 친구의 딸은 나무 그늘 아래 하늘을 향해 누워있었어요.


그 애를 둘러싼 키 큰 나무들과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과 바스락거리는 바람소리, 청량한 새소리가 들릴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그 애는 눈을 감고 있을지도 몰라요. 나른하게 졸고 있을지도요.


익숙한 것들과 익숙한 공간, 가족, 연인 그리고 친구. 어쩌면 오늘과 비슷했을 날들. 안전하고 안온한 날들.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건 모험입니다.

이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과 다른 세계로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둘 다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마침내 친구의 딸은 모험을 선택했고, 애틋한 것들은 이곳에 두고

다른 세계로 훨훨 날아갔죠.

그애의 날개에는 단단한 근육이 새로 붙었을거예요.

더 먼 곳으로 날 수 았는 힘이 생겼겠죠.


나는 모험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에 언제나 열광합니다.


그러니 나와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도 날개를 달고

다른 세계로 훨훨 날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을 나는 기분이 어떤지 스스로 느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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