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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살 아줌마 처음으로 청약 신청하다

by 함지연

60이 곧이 아줌마지만 처음인 것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럴밖에요. 세상은 변하고, 심지어 그 변하는 속도는

가속도가 붙은 듯 더욱 빨라지고 있으니까요.

특히 올해 처음인 경험이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청약 신청입니다.


30년 동안 이사를 하지 않은 나는 부동산 지식이

부족합니다. 전문 용어는 생소하고 부동산 관련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봐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특히 아파트에 대해서는 더 모르죠. 모임에서 부동산에 대한 주제가 등장하면 나는 입을 닫고 앉아있었어요. 모르니 대화에 낄 수가 없었지요.


30년 살던 그 집에서 죽을 때까지 계속 살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니 화분을 백 개도 넘게 갖고 있었겠지요.

그 많던 화분을 두고 떠나게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얼마 전, 동생이 아파트 청약 정보를 알려주었습니다.

이혼소송이 끝나고 나면 어차피 안정적으로 머물 집이 필요했기에 동생의

도움을 받아 청약을 했습니다.

마침 청약통장도 있었어요. 아파트를 매수할 계획도 없으면서 실적 때문에 가입해 달라며 부탁하는 은행 직원을 거절하지 못해서 가지고 있던 통장.

몇 년 동안 해지하지 않고 비상금처럼 갖고 있던 통장을 처음 용도에 맞게 써보네요.


LH청약플러스 앱을 설치하고 청약을 진행했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작은 마당이 딸린 주택인데, 신축 아파트 청약을 합니다.

세대 분리된 가족에 대해서도 작성해야 했습니다. 내가 세대주이니 나와 자녀들에 대해서는 썼는데, 세대 분리된 (곧) 전남편에 대해서도 작성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더라고요. 이혼소송이 진행 중인 나와 같은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었어요. 이제 곧 남남이 된다고요, 이제 곧 싱글맘(자녀들이 물론 성인이긴 합니다만)이라고요. 누굴 붙들고 이렇게 설명을 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한 마음으로 냉정한 앱의 필수 사항을 다 채웠죠.


5월 말에 결과가 나올 텐데, 그 결과에 따라 나는 또 새로운 결정을 하고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게 되겠지요. 신청을 완료하고 좋아하고 있으니 청약을 권유했던 동생은 오히려 걱정을 합니다. 자신도 여러 차례 낙첨되었다면서 경쟁률까지 설명하며 너무 기대하지 말라면서요. 동생이 큰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시도를 했고 결과가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든 그것은 내게 가장 좋은 길임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나는 시도 자체가 즐거웠던 것이고, 행운이 항상 내 차지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쯤은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여전히 내겐 아직 찾아오지 않은 행복이 행운보다 훨씬 더 많을 테니까요.


(그림은 내용과 전혀 무관한 제주도의 푸른 바다입니다. 또 떠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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