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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 속초

by 함지연

나는 오랫동안, 과거나 미래에 머물렀던 사람입니다.

진부하지만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아직 오지 않은

날에 대한 막연한 불안에 사로잡혀 살았어요.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고, 과거 또는 미래에

가 있는 나를 이곳으로 데려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내가 과거에 대한 후회로 지낸 오늘은 다시 과거가

되고, 난 또 흘려버린 시간을 후회하게 되겠죠.

멈추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짧은 하루, 이대로 후회와 걱정으로

지낼 수는 없고, 지금 내게 주어진 하루가 선물이고 가적이라는 건 내가 스스로 알아채기 전까지 그렇게 살았어요. 지금의 내가 나일뿐, 과거나 미래에 있는 나는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자, 내가 선 지금 여기가 소중해졌습니다.


최근에 나는 두 사람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겪었습니다. 친구의 남편상과 한 동네에 살며

친해져서 40년 넘게 언니동생하며 지낸 엄마의 친구분(엄마보다 열 살이나 아래이신)도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네 번의 죽음을 바라본 거 같네요.


나보다 어린 사람의 죽음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의 죽음도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내일은 당연하지 않구나. 내년쯤 어떤 일을 시도하고 내후년쯤 먼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당연힌 것은 아니겠구나.


오늘의 행복을

오늘의 즐거움을

오늘 만나고 싶은 사람과의 연락도

오늘 활짝 핀 작약 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도

미루어서는 안 되겠구나.


미루지 않고 보낸 오늘은

쌓이고 쌓여서 행복한 기억이 되겠죠.

좀 더 단단해진 미래의 내가 되겠죠.


이제 하고 싶은 일은 지금 해요.

도전해보고 싶던 것은 지금 도전해요.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지금의 내가 갈 수 있는

어딘가를 찾아 지금 떠나요.


그러자,

나는 지금 여기 온전히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보물을 찾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바닷가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휴식을 즐기던 어떤 '지금' 을 그렸어요. 친구에게 보여주니 발을 새까맣게 안 그려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사실에 입각해서 더 까맣게 칠하려다 덜 까맣게 색칠한 것을 친구는 알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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