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옹호

by 함지연

옹호: 두둔하고 편들어 지킴


어쩌면 우리에게는 두둔하고 편들어 지켜줄 내 편 몇 명쯤 필요하지 않을까.

물리적으로 가깝거나 또는 멀리 있는 것과 무관하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내 편들은 삶을 든든하게 하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준다.

<삶에 대한 옹호>는 여섯 명의 여자가 함께 쓴 책의 제목이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사는 곳은 제각각이며 하는 일 또한 다르다. 공통점은 책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책을 함께 만들었다는 것.

오늘은 신촌에서 만나 책을 출간한 출판사 대표와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한 날이다. 2024년 여름 우리는 처음 만나 책을 만들었다. 전자책이었고 한 명을 제외하고는 첫 책이었다. 그 인연으로 단톡방에서 안부를 묻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는데, 지난해 다시 한번 책을 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출판사 대표님도 긍정적으로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두 번째 전자책이 세상에 나왔다. 함께 만든 두 권의 전자책. 이것만으로도 우리의 인연은 귀하다.


올해 1월, 책이 나오고 조촐하게 출간기념회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출판사 대표님의 소식이 단톡방에 올라왔다.

친분이 있는 북디자이너분이 인쇄소와의 협업으로 샘플북을 무료로 제작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것. 소량 인쇄해서 작가들에게도 한 권씩 주고 남은 책은 북 페어에 참여하거나 독립서점에 비치해서 판매하겠다는 소식에 우리는 모두 환호했다. 전자책은 디자이너의 손에서 아름다운 종이책으로 재탄생했다.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가 받은 샘플 책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이대로 기념품으로 한 권씩만 소장하기에는 아쉽다는 의견에 400부를 추가 인쇄한 후, 서점에 납품하기로 결정되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1,000부를 인쇄해서 전부 팔아도 수익이 되지 않을 것인데 400부라니. 매출에 전혀 도움도 되지 않고 오히려 성가신 일일 수도 있을 것이라 출판사 대표님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렇지만 대표님이 작가들의 의견을 수용했고 지난주부터 드디어 책은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에 비치되었다. 오늘도 10여 권의 책을 가지고 왔던 대표님은 우리와의 모임이 끝난 후, 신촌 근처의 독립서점 몇 군데에 책을 비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북토크를 하면 좋겠다는 의견은 모임을 마치기 직전에 나왔다.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나는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개성이 다른 여섯 명이 모였으니 그중에는 나와 달리 긍정적인 사람도 있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서 저자가 되는 경험이 처음인 작가님이 있다.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었다며 감격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북토크라니. 독자들 앞에서 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니. 그 경험도 꼭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그녀의 말에 나는 회의적이었던 마음이 점점 옅어졌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북토크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장소와 규모와 대상과 그 대상을 고려한 시간. 그리고 여섯 명이나 되는 작가를 어떻게 시간 배분해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편성까지. 에세이를 낭독하는 시간도 포함되었는데, 그렇다면 분량은 어느 정도로 해야 사람들이 지루해하지 않을지, 그리고 질문자를 위해 준비할 작은 기념품에 대해서도.


삶에 대한 옹호

여섯 명의 여자들이 쓴 이야기.

출판사의 대표이자 편집인도 여자이고 북디자이너 역시 여자.

그러니까 여자들의 삶과 목소리가 담긴 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개나 소나 다 작가’라는 게시글도 흔하게 보았고,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를 남성 작가들의 이야기보다 가볍게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여자들의 이야기를 일기로 인식하는 경우 또한 많다.

그렇지만,

여자들의 일기장은 이슬람 여자들이 히잡을 두르듯 감추어야 하는 걸까. 그저 개인의 서랍 속에 그 일기장을 꼭꼭 감춰 두었다가 개인의 삶이 사라질 때 덩달아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까.

내가 내 일기장을 꺼내었을 때, 그것을 읽은 다른 여자들이 이렇게 소감을 이야기했다.

나도 그랬어.

그러자 그것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다.


세상에는 히어로의 이야기도 필요하고 위인과 의인의 이야기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히어로나 위인보다 더 많은 보통의 사람들, 그리고 보통의 여자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서랍에 쌓여 있다. 먼지가 켜켜이 쌓인 그 이야기들이 꺼내 탈탈 떨어야만 한다. 수많은 질문과 수많은 의심이 마침내 드러나고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 나는 계속해서 내 개인적인 일기장을 펼쳐 드러낼 것이고 여자들의 글쓰기를 옹호할 것이다. 여자들이 소리 내어 말하기를 옹호할 것이다.

일곱 명의 여자들이 모인 단톡방은 오늘도 시끌시끌하다. 전자책이 나오고 그것이 다시 종이책으로 탄생하고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지금을 즐기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온 사실에 조금씩 흥분 상태이다. 그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가만히 구경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모나 고모(실제로 나이가 이모뻘이기도 하다)라도 된 듯 글 쓰는 그녀들이 참 귀엽구나, 생각했다. 작가의 가족이 우리에게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옹호걸스. 옹호걸스의 북토크는 4월의 따듯한 봄날 개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