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연재# 3] 세상에 나쁜 엄마는 없다

by 함콩
























집 근처 공원에는 요즘 찾아보기 힘든 모래 놀이터가 있어서 종종 아이들과 함께 가곤 한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양말과 신발을 훅 벗어 던지고 자유롭게 뛰어놀았다.
손과 발로 부드러운 흙의 감촉을 느끼고, 조그마한 콩 벌레를 데리고 논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우리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몇몇 가족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큰 소리가 나 뒤를 돌아보았다.
한 엄마가 아이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앞뒤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엄마가 아이에게 다른 데 가자고 했는데 아이가 싫다고 한 것 같았다.
그 엄마는 “너만 재밌게 놀자고 왔냐고!”라고 소리 지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분위기는 금세 싸해졌고 남편은 무안했는지 소리 지르지 말라며 아내를 연신 나무랐다.
결국 아이 엄마는 씩씩거리며 혼자서 걸어가고 그 뒤를 풀이 죽은 아이와 아빠가 뒤따라갔다.


오랜만에 모래 놀이터를 만나 즐거웠을 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오랜만에 가족들과 바람 쐬러 나온 아빠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럼 소리 지르고 간 엄마의 마음은 편안했을까?
그 엄마는 얼마 못 가 아이의 손을 꽉 잡고 갔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서 미안했을 것이다.


수많은 육아서에서는 감정적으로 화를 내면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던가?
그 엄마를 보면서 예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참다못해 폭발하면 이성을 잃고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대는 나를 보면서 분노 조절 장애인가 생각한 적도 있었다.
육아서를 읽으며 “그래, 차분하게 말해야지.”다짐하면서도 실전에서는 다시금 소리 지르는 나를 발견하면
또 한참을 괴리감과 자책감에 힘들어하곤 했다.


“나는 왜 안 될까?”
“우리 아이들이 나를 보고 배우면 어쩌지?”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난 후엔 더 우울해졌다.
육아서를 백날 읽어봤자 소용이 없었다.


나는 스스로 화나는 순간들을 떠올렸다.
특히 아이들이 밥을 잘 안 먹을 때 화가 많이 났다.
“왜 그렇게 화가 나지?”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았다.
결국엔 어릴 적 나의 상처 지점과 맞닿아 있었다.
워킹 맘이었던 엄마 대신 할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낸 나와 동생은 밥 가지고 많이 혼났다.
“괜찮아.”라는 말을 못 듣고 혼났을 어린 나를 생각하며 한동안 많이 울었다.
호랑이 같던 할머니 밑에서 충분히 내 의사를 표현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에 나는 내 감정을 숨기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나를 위해 충분히 슬퍼하고 위로했다.
그랬더니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예전에 화가 나면 참을 수 없이 폭발할 것 같던 내 마음을 어느새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억압된 것은 반드시 회귀하고야 만다.”라고 말했다.
감정은 누른다고 하여 눌러지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일시적으로 잠잠해 보일 수는 있지만, 억눌린 감정은 반드시 곱절이 되어 튀어나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다.
힘들어도 버틸 것, 싫어도 싫은 티 내지 말아야 할 것.
긍정적인 감정은 너도나도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그 자체로 거부감이 든다.
그러한 감정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아무리 엄마라 해도 자기가 낳은 자식이 미울 때가 있다.
우리는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불편해서 어쩔 줄 모른다.
감추려 하고, 부인하기 바쁘다.


하지만 이러한 분노와 미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사실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다.
억눌린 분노를 잘못된 방법으로 표출하는 것이 문제다.
그렇기에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연습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
화가 날 때 머릿속으로 1에서 10까지 센 후 한 김 식히고 대화를 하는 것도 꽤 효과적이다.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날 때는 그러한 감정의 이유를 찾아보려 노력한다.
두루뭉술한 감정에 구체적인 이름을 갖다 붙여주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화가 조금 수그러들기도 한다.


우리는 부모이기 이전에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다.
그러기에 육아서의 조언처럼 항상 일관되게 행동할 수도 없을뿐더러, 아이 앞에서 항상 조곤조곤 말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육아의 악순환은 나를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끊어내야 한다.
그저 나의 지극히 인간다움을 인정하는 것,
인간으로서 다양한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악순환을 끊어나갈 수 있는 시작이 된다.


세상에 나쁜 엄마는 없다.
지치고 아픈 엄마만 있을 뿐.
나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충분히 인정하고 슬퍼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는다면 분노는 걷잡을 수 없고 통제하기 힘들다.
우리의 무의식 바닥에 있는 상처기 때문이다.
아이는 쉬지 않고 나의 상처 받은 지점을 툭- 툭- 건드린다.
“엄마, 엄마의 상처를 봐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곰곰이 생각해보자.
내가 상처받은 지점은 어디일까?
어느 순간 화가 많이 나지?
분명 거기에는 상처받은 어린 내가 기다리고 있다.
당신이 손 내밀고 안아줄 때까지.




<yes 24 구매 링크>

세상에 나쁜 엄마는 없다 - YES24


<교보문고 구매 링크>

세상에 나쁜 엄마는 없다 | 함진아 | 이담북스 - 교보문고 (kyobobook.co.kr)


<알라딘 구매 링크>

알라딘: 세상에 나쁜 엄마는 없다 (aladin.co.kr)




이전 03화[출간 연재# 2] 그때에만 할 수 있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