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연재# 9] 잃어버린 마음

by 함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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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30분. 잠을 잔 건지 만 건지 모르겠다.

새벽 4시에 큰아이의 MRI 촬영이 예약돼 있기 때문이다.

일콩이는 할머니 손을 잡고 병원에 입원하러 갔다.

100일도 안 된 막내 때문에 나는 병원에 함께 갈 수가 없었다.

비몽사몽 어머니께 메시지를 남겼다.

“일콩이는 잘하고 있죠? 기도하고 있어요!”

금방 답장이 왔다.

2시 50분부터 시작해서 4시 30분에 MRI 촬영이 끝났다고.

촬영 30분 전에 수면유도제를 먹고 잠들었는데, 꿈을 꾸는지 움직임이 많아서 오래 걸렸다고 한다.

간혹 쉽게 잠들지 않거나, 중간에 깨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던데 감사했다.



한 달 전, 일콩이는 목 옆에 생긴 멍울로 인해서 갑작스레 입원하게 됐고,

검사 결과 이상소견이 없어 MRI 촬영 예약을 잡고 퇴원했다.

그리고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MRI 촬영을 두고 기다리는 일주일간 별별 상상을 다 했다.

큰 병이라도 있으면 어쩌지? 우린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2019년은 나에게 잊지 못할 해다.

한꺼번에 나쁜 일이 나에게 몰려온 것만 같던 그 해.

싱그러운 3월, 두 달간의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 6살 일콩이.

아이는 입학식을 마치고 그날 저녁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

힘없이 축 처진 아이를 데리고 급하게 동네 소아과에 갔다.

결과는 A형 독감.

그날 밤 육아 인생 최초 40도가 넘어가는 체온계의 숫자를 보았다.



독감 완치 판정을 받은 후 유치원에 등원한 일콩이는 친구들과 태권도 학원에 다니게 됐다.

아이는 태권도 학원을 가기 싫어했다.

너무 힘들다고 했는데 당시에는 그저 핑계인 줄만 알았다.

적응 기간에는 그런 거라고, 하다 보면 재밌고 튼튼해진다고 아이를 달래어 보내곤 했다.

유치원-태권도-놀이터 2시간 코스를 밟은 1주일 차.

아이를 목욕시키다가 목 옆이 아프다고 해서 보니 작은 멍울이 생겨 있었다.

너무 놀라서 대충 씻겨놓고 아이와 소아과로 달려갔다.

동네 소아과에서는 일단 약을 처방해 주었고, 더 커진다면 병원으로 다시 오라고 했다.

면역이 떨어지면 올 수 있는 증상이란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였지만 혹이 하나 더 생기고 기존의 혹도 더 커져 결국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각종 검사 소견상 이상은 없었지만, 의문을 모를 혹이기에 수술해서 조직검사를 받아야 했다.

5월로 수술 예약을 잡고 퇴원하는 날 마음이 착잡하다. 6살에 전신마취 수술이라니.



수술 일주일 전부터는 감기에 걸리면 안 된다고 했지만 면역력이 약한 일콩이는 계속 감기에 걸려서 수술 일정이 3번이나 더 미뤄졌다.

정말 이럴 때 설상가상이라는 말을 쓰는 걸까.

그해 6월 초, 이콩이의 오른쪽 사타구니가 튀어나와서 이상한 마음에 소아과에 가보니 탈장이란다.

대학 병원에 가서 수술해야 한다고.

허헛.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일콩이, 이콩이 모두 같은 대학병원에서 같은 해에 수술이라니.

왜 이런 시련이 한꺼번에 나에게 찾아오는 건지 원망스러웠다.

감기도 잘 안 걸리는 이콩이는 일사천리로 수술이 진행됐다.



푸른 녹음의 계절 7월의 어느 날, 세 돌을 코앞에 남겨놓고 받은 첫 수술.

수술이란 게 뭔지도 모를 나이, 당당하게 가족들에게 자기 수술하고 온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니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그렇게 이콩이는 무사히 수술을 잘 받았다.

일콩이는 기적적으로 수술 전 멍울이 사라져서 수술 예약을 취소했다.



몇 달간 아이들의 수술로 인해 가슴앓이하며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피부로 느꼈다.

밥풀을 다 흘리며 난장판으로 먹더라도 함께 먹을 수 있다는 일,

온통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더라도 건강하게 뛰어다니는 일,

그러한 모습들을 지켜볼 수 있는 일 모두가 기적임을 안다.

우리의 건강은 거저인 것이 아님을 안다.

언제든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기에 감사하며 소중히 대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안타깝게도 소중함은 한 발짝 떨어져 있을 때 비로소 분명히 보인다.



자질구레해 보이는 이 일상이 그때의 나에겐 간절한, 순간들이었음을 벌써 잊었냐고 내게 되묻는다.

‘인생은, 사랑은 시든 게 아니라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라는 김용택 시인의 <첫사랑> 시 구절처럼 우린 기적을 잊었다.

분만실에서 건강하게 태어났음을 쩌렁쩌렁 알리던 아이의 울음소리를.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신생아에서 어느덧 씩씩한 어린이로 자란 아이의 단단한 뒷모습을.

매일 일어나는 기적에 놀라워하는 마음을 되찾고, 잃어버린 사랑에 눈을 뜨는 것.

육아의 일상에서 우리의 잃어버린 마음을 건져 올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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