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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콩 Aug 05. 2020

아이 셋 맘,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뭘 해요?

지잉 지잉- 진동으로 알람 소리를 맞췄지만 단 한 두 번의 진동만으로도 이제는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정말 피곤한 날을 제외하면 5시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된 지 오래다. 애 셋 엄마인 나는 막내가 100일을 넘긴 시점부터 새벽 기상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절실해지면 뭐든 할 수 있나 보다. 아이 셋과 남편이 곤히 자는 모습을 뒤로 한채 거실로 빠져나온다. 너무 뜨겁지 않게,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타서 식탁에 앉는다. 하나의 나만의 의식이다. 식탁에 성경책과 책, 노트를 정갈하게 꺼내 놓는다. 새벽의 시작으로 성경을 읽고 한 구절을 뽑아 필사한다. 그러고 나서 이 달 내가 선정한 책을 펼친다. 책 한 권을 일 이주에 걸쳐 천천히 읽는다. 읽으면서 쉬고, 읽으면서 쉬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문장에 멈춰서 필사를 한다. 그리고 다시금 내 생각을 풀어쓴다. 필사를 하며 복잡했던 생각이 가지런히 정돈된다.



필사를 마치고 나면 6시 정도가 된다. 한 시간이 후딱 가버리는 것 같다. 6시부터는 자유롭게 그날그날 필요로 하는 것 또는 마음이 끌리는 일을 한다. 주로 브런치에 글을 쓴다. 글쓰기는 엉덩이의 힘이라고들 하는 것처럼 나도 그저 앉아 쓴다. 깜박이는 화면 위의 커서를 바라보며 당체 어떠한 글을 써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지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쏟아내는 날도 있다. 매일 꾸준하게 무언가를 쓴다는 건 블로그에서 습관을 들인 것 같다. 블로그 포스팅을 꾸준히 하면서 내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지금은 그 고민의 연속이 브런치가 되었지만.



콘텐츠에 고민하며 해 본 여러 가지 시도 중 하나가 그림이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걸 워낙 좋아하긴 했지만 전문적으로는 배워본 적은 없다. 그림은 전문가의 영역이라 생각했었다. 나의 고정관념을 깨고 부족하더라도 그저 즐겼다. 처음부터 큰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글 쓰는 재주가 부족하여 그림으로 상호보완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내 생각을 더욱 사람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한 그림, 내 그림을 나름 기다리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요즘 소소한 목표가 생겼다면 전문적인 애플리케이션과 기능들을 익혀 좀 더 섬세한 표현도 해보고 싶다.






7시는 금방 온다. 1시간 정도 글쓰기 또는 그림 그리기에 몰입하다 보면. 슬슬 내 작업도 마무리하고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곧 있으면 막내가 일어날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새벽 2시간은 한 사람으로서의 "나 자신 모드"지만, 막내의 기상으로 나는 빠르게 "엄마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만약 새벽 시간이 아닌 밤 시간 또는 아이의 낮잠 시간대였다면 몰입의 정도는 달랐을 거다. 낮과 밤에는 신경이 여기저기로 분산되어 있어 하나로 모으기 쉽지 않다. 각자 몰입하기 좋은 시간대는 다르겠지만 나에게 최적의 시간은 새벽이다.



일어나기 힘든 날에는 좋아하는 일을 포기할 만큼의 사유가 있는 날이다. 너무 피곤하거나 목적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날. 나는 자기 직전에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내일 일어나면 어떤 글을 쓸까? 어떤 그림을 그려볼까? 기대에 차서 잠에 든다. 그렇지 않은 날에는 눈 뜨기 쉽지 않다. 일어나야 할 이유가 굳이 없으니까. 내가 처음 새벽 기상할 때는 "혼자서 조용히 커피 마시는 시간"이 절실해서. 이 시간을 만들기 위해 일어났다. 그래서 새벽 기상을 습관화하고 싶은 분들에게 나는 뭐가 됐든 일어나서 좋아하는 일을 해보라고 권한다. 일어나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할 생각을 하면 잠의 유혹을 좀 더 쉽게 떨쳐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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