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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콩 Jun 30. 2020

나이 드는 게 진짜 두려운 이유

대입이 끝나고 대학에 간다는 마음에 들떠있는 뽀송뽀송 어린 병아리 같았던 06학번 학생. 그런 나에게도 20대 중후반부터 학창 시절에는 없었던 주름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여자의 나이 20대부터 노화가 시작된다고 하였던가. 그 당시 한 살 한 살 나이 먹는 게 왜 이리 크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마치 나이 30까지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처럼 나이에 집착하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들과의 연말 모임에서는 꼭 "나이"에 대한 이야기가 술안주처럼 올라오곤 했다.
"우리 내년이면 벌써 xx살이야. 믿기지 않는다."
"벌써 한 살 더 먹는 거야? 슬프다."
서로를 위로하며 내년에는 더 멋지게 살아보자며 다짐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물론 추억이지만 말이다. 오히려 30대가 된 지금은 내 나이조차 헷갈린다. 아이 나이에 내 나이를 더해 계산해야 알 수 있을 정도다. 20대 때의 나는 왜 그렇게 나이에 집착했을까? 나이 드는 것이 왜 그렇게 두렵고 걱정되었을까? 노화가 걱정되어 그랬을까? 그것도 뭐 어느 정도는 맞긴 하다. 하지만 온전히 두려움의  대상은 바로 "나"였다.






나이는 먹어 가는데 이뤄놓은 것도 없는 내 모습이 불안했다. 남들은 잘만 대기업에 취업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는 꿈도 없이 살아가는 게 두려웠다. 오랜만에 연락된 친구는 코 묻은 시절과는 다른 모습의 커리어 우먼이 되어 있는데, 나 혼자 도태되어 "변화"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내가 선택한 도피처는 어쩌면 "결혼"이라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낳고 나면 안주해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나에게 출산 후의 시간들은 꿈을 찾아 헤매는 지독한 또 다른 사춘기였다. 처음으로 남들과 비교할 꿈, 커리어가 사라졌다. 그러자 이내 나 자신으로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아이만 키우다가 정말 내 삶이 끝나버리면 어떡하지?"
"한번 살다 가는 인생 멋지게 살아보고 싶은데.."
도피처로 선택한 결혼과 출산으로부터 나는 오히려 꿈에 대한 자극점을 찾게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해보려 시도할 때마다 내 안에서는 두려움이 물 밀듯 밀려왔다. 이것저것 해보고 포기하는 것도 많았다. "거 봐, 네가 과연 할 수 있겠어?" 자기부정의 목소리와 끊임없이 마주쳐야 했다. <네 가지 약속>의 저자 돈 미겔 루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머릿속에 저장한 믿음 중 95퍼센트는 거짓말에 불과하며, 우리는 그 거짓말들을 믿기 때문에 고통받는다." 내 안에 부정적인 목소리는 사실이 아니었다. 내가 나의 두려움에 지배된 것이다. 이젠 두려움을 마주하고 그 걱정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당당히 외칠 것이다. 나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변화"하려 노력해야 한다.




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나이 드는 것이 두렵지 않다.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마일리지처럼 내 안에 차곡차곡 육아의 노하우와 풍부한 경험, 삶의 지혜들이 쌓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나이 들수록 외형보다 내형적인 자산을 채우려 노력해야 한다. 나만의 특별한 경험과 삶의 지혜로 나를 채워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내 안의 부정적인 믿음들이 대부분 거짓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를 제대로 채우기 위해 한발 한발 내디뎌 보자. 자신의 두려움을 이기는 자만이 인생의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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