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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콩 Aug 20. 2020

남편의 장점 찾기.








"엄마, 이야기해줘야지."

잠들기 전 나는 아이들에게 엉뚱하게 지어낸 짧은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오늘도 불을 끄고 눕자 아이들이 내 옆에 옹기종기 모여 누웠다. 서로의 팔과 다리를 베고 나에게 이야기 주문을 한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줄 건지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정말 별 내용이 없어도 아이들은 이 시간을 좋아한다. 마치 예전에 우리네 할머니가 품에 안고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느낌일까?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따스함은 평생을 기억하고 있듯이.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나는 얼른 머릿속으로 캐릭터를 고른다.



"옛날 옛날에, 뾰족 박쥐랑 동글 박쥐가 살았데. 뾰족 박쥐는 몸에 뾰족한 가시가 많이 나있어서 친구들이 가까이 오지 않았데. 동글 박쥐는 부드러운 털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주위에 친구들이 많았지. 뾰족 박쥐는 너무 외로웠어.

그런데 어느 날, 박쥐 마을에 뱀이 나타난 거야. 박쥐들이 모두 무서워 벌벌 떨었는데 뾰족 박쥐가 친구들을 위해서 나섰지. 뾰족 박쥐는 뾰족한 가시로 뱀을 쫓아냈어. 친구들은 뾰족 박쥐에게 고마워하며 그동안 멀리 했던 걸 사과했데. 끝!"

"엄마, 너무 잘됐다!"




평소 엉뚱하고 흐름 없는 이야기에 비해 오늘은 나름 스토리가 있어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아이들은 너무 재미있다며 '또! 또!'를 외친다. 하지만 엄마의 이야기보따리에서는 하루에 1개씩만 나온다고 설명해놓은 터. 아이들과 누워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 : "동글 박쥐와 뾰족 박쥐의 장점은 뭘까?"

아이들 : "동글 박쥐는 털이 부드럽고 따뜻해. 뾰족 박쥐는 싸움을 잘해."

나 : "그래, 뾰족 박쥐한테 가시가 있어서 가까이 하기 불편했는데, 그 가시 덕분에 모두가 살았잖아. 너희들도 다른 사람들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는 친구가 돼야 해."

나름 스토리 속 교훈을 주고 싶어 구구절절 설명하던 차, 남편이 떠올랐다.



남편과 나는 성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직설적인 남편과 그렇지 못한 나.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는 동글 박쥐였다. 남들에게 싫은 소리, 모진 소리는 못하지만 그래서 트러블 없이 지내는 나. 남편은 반대로 뾰족 박쥐처럼 직설적인 말로 종종 나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때로는 남편처럼 사이다같이 자신의 입장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모습도 필요하다. 나는 무례한 상대에게도 싫은 말을 못 한다. 나는 남편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단점이 되기도 장점이 되기도 한다. 그저 각자가 삶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 다를 뿐. 과연 동글 박쥐는 좋고, 뾰족 박쥐는 나쁜 캐릭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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