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시간 쑥국사태

알아서 다 잘 하게 됩니다

by 나나나

초등학교 때 급식시간.


몇 학년 때인지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음식을 남기지 않고 무조건 모두 먹게했던 산생님이 있었다. 먹기 싫은 반찬과 특히 '파'를 처리하는게 고역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나름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휴지에 싸서 버리거나 우유갑에 몰래 담아서 버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왔던 정말 처음 경험한 맛. 쑥국!! 초딩들에게 그 맛은 너무나도 생소했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맛이었다. 게다가 국물은 휴지로도 우유갑으로 처리할 수 없었다. 점심시간은 끝나가는데 음식은 다 먹지도 못하고, 술렁거림 속에 교실은 초조함과 불안감이 더해갔다. 숨 안쉬고 억지로 넘기는 아이부터 해서 못먹고 우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그 날의 쑥국사태는 너무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오늘 회사식당 저녁 메뉴에 쑥된장국이 나왔다. 아직 그 맛이 익숙하진 않다. 그래도 이제 나이가 있다고 나름 맛을 느끼면서 국 한그릇을 다 비웠다. 한 숟가락씩 국물을 먹을 때 마다 초딩 때 쑥국사태의 장면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아이들이 많이 골고루 먹기 바라는 마음에 어른들이 그러는거 이해한다. 그래도 싫은 음식 억지로 먹이는 건 아이들에게도 정말 스트레스고 심하게 말하면 고문 같은 느낌일 것이다. 입맛은 계속 바뀐다. 나 역시 전에는 전혀 못먹던 음식을 이제는 좋아한다거나 좋아하던 음식이 싫어지거나.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서 다들 알아서 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음식에서 시작한 단편적인 이야기였지만 아이들을 많이 믿고 맡기는 어른들의 태도가 중요한 거 같다. 어린 울 아들도 나름의 논리와 이유가 있고 때론 그 논리를 내가 반박할 수도 없을 때가 있다.


생각보다 우리 아이들은 알아서 잘하는게 많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예약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