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정치

'향한' 정치 vs '위한' 정치

by 나나나

정치의 계절이다. 총선을 앞두고 뉴스에는 정치판 얘기가 가득하다.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주위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그간 한국정치가 보여준 실망스런 모습과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현실문제를 정치인들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나도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있지는 않다. 그런데 살다보면 우리 일상이 정치가 아닌게 없다. 가정생활, 직장생활,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해관계의 조정이 사실 정치적 활동이 아닌가? 특히 사람간의, 조직간의 이해득실을 심하게 따지는 직장에서의 행위와 의사결정은 많은 부분이 정치적 성격을 띤다.


직장생활의 경력이 늘고 직위가 높아지면서 사내 정치의 모습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크게 보면 두 부류가 있다. 윗사람을 '향한' 자신의 출세를 위한 정치. 그리고 극히 일부지만 아랫사람을 '위한' 정치.


윗사람을 향한 정치는 소위 '광'을 잘 팔고 '쇼잉'을 잘 해야한다. 일만 벌려서 아랫사람들을 힘들게 해놓고 혼자만 잘 되어 떠나간다. 감당 못할 뒷수습은 남은 사람의 몫이 된다. 내실은 없으면서 겉으로만 그럴싸하게 포장만해서 능력있는 사람인척 한다. 상생이 아닌 개인의 야망만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사실 승진도 잘되고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많은건 사실이다.


솔직히 아랫사람을 위한 정치는 적절한 포지션을 잡기가 어렵다. 아랫사람들을 위하다 윗사람의 뜻을 거스를 수 있다. 윗사람에 맞추다 보면 득도 없이 할 일만 잔뜩 받아오는 관리자 혹은 선배 밖에 안된다.


그래도 다행인건 아랫사람들을 위한 정치가 불가능한게 아님을 주변 사람들을 통해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랫사람을 먼저 생각하면서도 윗사람과의 균형을 잘 조절한다. 얻을 것은 얻고 양보할건 양보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최근 주위에서 봤던 그런 리더들이 가지고 있던 특징은 내 팀원이, 내 직원이 단돈 1만원이라도 더 가져가고 좀더 여유로운 여건에서 근무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전부였다. 평판이 좋아지고 주변과 아랫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니 그 어떤 것보다 큰 지지기반을 가지게 된 것이다.


사내 정치를 가십거리로 여기던 위치에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위치가 되었다. 흔한 알력다툼, 자리싸움이 아닌 일부 선배들의 모습에서 사무실 정치의 희망있는 모습을 발견다. 묵묵히 일하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그들과 함께 하려는 마음을 가진 리더들을 보았다. 그런 사람들의 행동, 판단, 생각들은 그 조직 안의 '깊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두를 '위한' 정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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