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함으로 human library를 이용하기
얼마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고인에 대한 많은 일화와 어록들이 언론을 통해 다루어졌다. 특히 머리는 빌릴 수 있다는(머리는 빌려도 건강은 빌리지 못한다) 말이 재임 당시에도 많이 회자 되었던 모양이다.
일부는 대통령으로서의 능력과 책임감이 없다는 비판을 했고 일부는 본인이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 맡기는 태도가 오히려 옳은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던거 같다.
사실 위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정말 공감이 갔다. 사람의 능럭이라는게 한계가 있고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없기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나의 경우는 IT 관련 업무 특성상 분야별 전문가들의 도움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머리는 어떻게 빌릴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기본 신념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스승은 저 멀리 있는 그저 유명한 사람이 아닌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 성공한 혹은 훌륭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능럭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나에겐 별 도움이 안된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는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으면서 보고, 배우고, 느끼게 된다. 직장 선후배, 협력사 직원, 친구, 아내, 어린 내 자식까지 나에게는 그들 모두가 스승이다.
다른 하나는 겸손함이다. 내가 잘 한다고 생각하는 일도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아니면 나랑은 다른 방식으로 잘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도움을 받으려면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낮은 자세로 배우려는 태도를 먼저 보이는게 순서다. 불치하문(不恥下問).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는 말도 있지만 3명 까지도 필요없다. 단 둘이 있더라도 그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배워야 한다면 나를 낮추고 그 사람을 내 스승으로 인정해야 한다.
모르는데 아는척 하는 사람은 결국 일을 망친다. 특히 그 사람이 처한 위치나 자리에 따라 기업 혹은 나라까지도 망칠 수 있다. 내가 모르는거, 부족한 것은 부끄러워 하지말고 솔직하게 먼저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또 내가 잘 아는거라도 더 뛰어난 사람이 있을 수 있음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한다.
겸손은 내 곁에 있는 Human Library를 이용하기 위한 코인과 같은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는 이미 풍부한 Human Library를 가지고 있다. 그걸 얼마나 이용할 수 있느냐 하는건 결국 나 자신의 태도에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