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말라위, 몰타
나는 글로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해외업무를 담당한지 어느덧 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IT서비스 업무를 하다보니 내가 담당하는 시스템 사용자(법인/대리점 등)들에게 이런저런 문의 메일을 자주 받게된다.
회원가입 국가수로 따지면 160여개국. 나름 진정한 글로벌 시스템인듯 하다. 시스템 오픈 초기에는 문의메일, 요청메일이 많아서 그저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바빴다. 그러다 어느정도 여유가 생긴 후에는 연락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나 패턴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Dear'로 인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Hi'로 인사하는 사람도 있고 인사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메일본문을 보면 대부분 공손하게 부탁하는 말투지만 가끔 글에서 다혈질적인 기질이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메일은 특이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간결하다. 비즈니스 잉글리쉬라고 배우는게 현실하고는 좀 다른듯 했다.
어느 국가인지는 잘 모르지만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일부 국가의 사용자들은 스페인말로 그냥 메일을 보낸다. 영어로 보내라고 답장을 보낼까 하다 귀찮아도 구글 번역기를 돌려보곤 한다. 그래도 스페인어는 내용 파악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급한 사람은 사무실이나 휴대폰으로 직접 전화를 하기도 한다. 남아공과 싱가폴 대리점이 그랬다.내 평생 남아공에서 온 전화를 받을줄은 몰랐다. 싱가폴은 나의 짧은 영어실력도 문제긴 했지만 싱가폴 영어의 발음은 일본인 영어발음 못지않게 특이했다. 그래서 '싱글리쉬'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대화를 나누다 결국은 이메일로 상세하게 얘기하자면서 금방 전화를 끊었던 일도 있었다.
많은 나라 중 기억에 남는 나라는 팔레스타인, 말라위, 마다가스카르, 몰타가 있었다. 이들 나라에서 온 메일이 특이한건 없었다. 다만 모기업의 제품이 평상시 별로 생각하지 못했던 이름도 위치도 잘 몰랐던 나라에서 팔리고 있다는게 신기했다. 저렇게 작은 나라에서, 분쟁지역에서 제품을 팔기 위한 노력으로 한국에 있는 나에게 연락을 준 것이다.
얼마 후 집에서 지구본을 가져왔다. 팔레스타인, 말라위, 몰타, 마다가스카르를 찾아본다. 위치 찾는게 쉽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그곳에서 나에게 메일을 보냈을 사람을 떠올려본다.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그들을 위해 나도 더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