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요제 출신들의 음악이야기
3월에 올렸던 '예약살인'처럼 재미삼아 끄적여 본 시놉시스 같은 글입니다.
준모는 아침식사용 커피와 샌드위치를 사기 위해 집근처 편의점에 종종 들르곤 했다. 준모는 편의점 한 구석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편의점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다가 문득 선곡된 노래들의 취향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게 된다. 더불어 많은 노래들이 자신의 취향과 맞는다는 사실이 조금은 놀라웠다. 준모는 편의점 알바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40대 초반의 평범하게 생긴, 미혼인지 기혼인지 알 수 없는 외모의 남자였다. 이제 준모는 커피와 샌드위치가 목적이 아닌 매장의 노래와 그 남자가 궁금해서 편의점을 찾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편의점 안에서 준모의 노래가 흘러 나왔다. 준모는 먹던 커피를 뿜었다. 음악인을 꿈꾸며 노래를 하던 대학시절 2012년 대학가요제에 출전해서 대상을 받았던 '취준생의 하루'가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그순간 준모는 집안의 반대로 음악을 접고 취업을 해야 했던 아쉬운 기억과 놀라운 감정이 뒤섞였다.
준모는 용기를 내어 편의점 그 남자에게 말을 걸어 그 노래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물었다. 편의점 그 남자는 대학가요제 수상곡 중 제일 좋아하는 노래 중에 하나라고 했다. 편의점 그 남자. 이름 이진구. 나이 43세. 93년 MBC 대학가요제 동상을 수상했고 오전에는 편의점 알바를 오후에는 영등포의 허름한 건물 지하에서 기타학원을 운영하고 있었고 가끔 길거리 공연을 나서는 나름의 음악인이었다.
준모는 진구가 같은 대학가요제 출신이라는 점에 한번 더 놀랬다. 음악적 성향이 같은 진구를 알게된 후 준모는 결심을 한다. 다시 음악을 시작할거고 진구형과 함께 kpop 스타에 나가기로. 그러나 진구는 반대했다. 진구는 지금 그냥 적당히 노래하며 사는 삶에 만족하고 있고 대학가요제 감성으로는 그런 오디션 나가봐야 소용없다고 했다. 준모는 길에서 남의 노래만 부르는 음악에 만족하냐며 진구를 회유하지만 진구는 단호했다. 요즘 유멍가수도 TV에서 다 남들 노래만 부르면서 점수따먹기 하는데 그들과 자신이 별로 다를게 없다고 했다.
진구의 말에 준모의 마음에 다시 붙었던 음악의 불씨는 사그라졌고 준모는 다시 답답한 직장인의 삶으로 돌아갔다. 그런 준모의 모습을 보는 진구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진구는 어느날 준모를 술자리에 불러냈다. 진구는 틈틈이 써오던 곡 중 한곡을 데모로 불러서 녹음을 해왔다. 준모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집에 가서 데모를 듣는 순간 한방에 그 노래에 반하게 되었다. 노래제목은 '너와 나의 연결고리'. 기타반주로만 준모가 노래를 하고 녹음을 마쳤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부를 때는 행복했는데 막상 노래를 들려줄 사람들이 없었다. 진구는 준모의 마음을 위로라도 하려는 듯 준모가 오는 아침시간에 그리고 한시간에 한번씩은 노래를 편의점에 틀어주었지만 준모의 마음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20대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손님이 진구에게 지금 흘러 나오는 노래의 제목이 뭐냐고 물었다. 진구는 무심하게 노래 제목을 대답했다. 며칠 뒤 그 여자 손님이 인터넷 검색해도 노래가 안나오고 방송국 라디어 프로그램에 신청곡을 요청해도 안나온다면서 노래파일 좀 달라고 했다. 그런데 매장에서 준모의 노래를 틀어준 이후로 노래제목을 묻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준모는 회식 후 집으로 오는 길에 택시를 탔다. 택시 안에는 cbs 밤과 음악사이가 나오고 있었다. 요즘 '너와 나의 연결고리'라는 노래를 틀어달라는 요청이 많은데요. 도무지 이 노래의 음원을 찾을 수 없네요. 그런데 sns에서 공유되는 내용을 보니 공덕동 모 펀의점에 가면 들을 수 있다고 하네요. 저 역시 노래도 궁금하고 가수도 궁금하네요. 쉬는날 그 편의점에 가봐야겠어요. 준모는 순간 술이 깨며 자기 귀를 후볐다.
그렇게 입소문으로 돌던 '너와 나의 연결고리'라는 노래는 조금씩 히트곡이 되어가고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진구가 일하는 편의점은 북새통을 이루게 되었다. 이를 본 진구는 준모를 위한 아이디어를 낸다. 편의점 앞 간이 테이블 게릴라 콘서트. 진구의 편의점에는 3개의 간이 테이블이 있었고 어느날 즉석으로 그 테이블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진구의 제안에 준모는 떨리는 마음으로 제안을 수락하고 금요일 저녁 퇴근 후에 기타를 들고 편의점으로 향하는데....
과연 대학가요제 후예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너와 나의 연결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