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사건

by 함물AVI

긴 명절 연휴가 끝나고


오랜만에 출근한 사무실은 듬성듬성 자리가 비어 있었다.

직원의 절반은 연가를 내고, 몇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이 주무관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우리 사무실 유일의 미혼 남성. 인사도 없이 어색한 표정으로 책상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명절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싶어 먼저 다가가 물었다.

"명절 잘 보냈어요?"

긴장된 표정. 뭔가 말하고 싶지만 차마 꺼내지 못하는 듯한 눈빛.



연휴에 생긴 일


과장님이 이 주무관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돌아오신 과장님이 말씀하셨다.
"이 주무관이 명절에 여자친구가 생겼대."

몇 안 되는 직원들이 순식간에 이 주무관 주위로 모여들었다.

"아는 동생 소개로 연휴에 세 번 만났고요, 어제 세 번째 만남에서 프러포즈했어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런 기분 처음이에요. 결혼까지 할 것 같아요."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그런데 그가 덧붙인 말이 웃음을 자아냈다.
"여자친구가 자기 어머니를 뵈러 가자고 했는데, 겁나서 도망쳤어요."
"뭐가 겁나?"
우리의 물음에 그가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제 혼자 살아야겠다고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여자친구가 생겨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돈도 많이 못 모아놨는데 연애하려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결혼도 걱정이고... 마음이 너무 복잡해요."

여자친구는 초등학교 선생님. 이 주무관과 동갑이라고 했다.



연애 초보의 고민


"데이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당장 오늘도 데이트하기로 했는데, 어느 식당으로 갈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의 진지한 고민에 김 주무관이 한마디 던졌다.
"여자친구가 초등학교 선생님이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돼요."
웃음이 터졌다.
누군가 말했다. 선생님은 학생들 식사 지도를 하니까 점심시간도 근무시간이라고.

그러자 이 주무관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저도 지도받고 싶어요."

김 주무관이 받아쳤다.
"이 주무관에게는 사랑의 매가 필요하네."

또다시 웃음바다.



4차원, 그 이상의 데이트


이 주무관은 순수하면서도 엉뚱한 사고를 가진 MZ 청년, 4차원의 남자다.

그의 여자친구는 그런 그의 모든 것을 마음에 들어 했고, 그를 이해한다고 했단다.

"주말에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에몬스 침대에 갈까 해요. 에몬스 침대 가보셨어요?"

동료들이 일제히 손을 저었다.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침대 전시장은 좀 이르지 않아?"

막내 주무관이 재빠르게 인터넷 검색을 했다.
"시몬스 침대 아니에요?"

이 주무관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그가 말했다.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데이트를 하겠다고.


김 주무관이 물었다.
"여자친구가 이 주무관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 스펙트럼을 재보려는 거야?"

또 웃음바다




사랑, 그 아름다운 사건


"예감상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할 것 같아요."
그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첫 만남에서 그런 기분이었다면, 결혼까지 할 운명의 여인이 틀림없다고.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시대.
30대 총각의 맞선 본 이야기가 모두를 한자리에 모았고, 평소 독서실 같던 사무실에 하루 종일 집단적 웃음을 자아냈다.

사랑은, 역시 가장 아름다운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