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자신감이 필요한 이유

근거 없는 자신감의 힘

by 함물AVI


진정한 자신감은 내가 무엇을 얼마나 잘했는가가 아니라, 나는 이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내면의 믿음에서 비롯된다.


나는 오랫동안 ‘근거 없는 자신감’을 뿜뿜거리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실력도 별로 없으면서 당당한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비웃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하다가 수학자 허준이 교수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한 말을 듣고 귀가 팔랑거렸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야말로 진짜 자신감이다.”

이 말은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말이었다.



아이디어가 겹치는 세상에서


가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이건 완전히 새롭다, 창의적이다’ 하며 설렌다.
하지만 이내 구글에 검색해 보면, 이미 누군가 같은 생각을 세상에 내어놓았다.


브랜드 이름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다. 며칠 밤을 고민해 완벽한 이름을 찾아냈는데, 검색창에 그 이름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묘한 허탈감이 밀려온다.


퇴직 후 새로운 일을 구상하면서 가장 두려운 지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특별하지 않다.’
‘차별화된 무엇을 만든다는 건 너무 어렵다.’



근거 있는 자신감의 한계


허준이 교수는 또 이렇게 말했다.

“근거가 있는 자신감은 너무너무 연약합니다.”


정말 그렇다.

학창 시절, 반에서 1등이라는 성취에 자신감을 둔다면 어떻게 될까. 대학에 가면 그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수두룩하다. 대학원에 가면, 박사 과정을 밟으면, 사회에 나가면. 세상에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넘쳐난다.

결국 외부의 성취에 기대어 쌓은 자존감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비교 속에서 자신을 측정하는 순간, 자신감은 흔들린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좀 더 본질적인 곳에서 자신감의 자양분을 끌어올려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근거


근거 없는 자신감은 허황된 믿음이 아니다. 환경이 변해도, 경쟁이 심해져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신뢰다.

‘나는 결국 해낼 것이다.’
이 말은 결과를 보장하는 주문이 아니라, 나의 존재 자체를 신뢰하는 태도다.


진짜 자신감이란, 아직 이루지 못했더라도 ‘나는 해낼 수 있다’고 믿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성과로 자신을 정의하지 않아도 괜찮다.


만약, 내가 수학을 잘해서 자존감을 갖는다면? 실제로 나보다 수학을 더 잘하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 그 자존감은 무너진다. 글을 잘 써서 자신감을 가진다면? 더 뛰어난 작가를 보는 순간 좌절한다. 이것은 요즘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겪고 있는 좌절감이다.



여전히 남아 있는 무한한 가능성


그러나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세상이 여전히 넓고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여전히 좋은 이름, 발견되지 않은 도구, 사용되지 않은 색깔, 조합되지 않은 관계, 새로운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알 필요 없이 내가 관심 있고, 즐거움을 느끼는 일을 찾아서 ‘그냥’ 하면 된다.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내가 잘하는 일'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은 정당하다. 이러한 미지의 가능성을 전제한다면, 근거 없이 자신감을 갖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태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