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저녁
일찍 찾아든 어둠을 반기며
가로등에 불이 켜지기 시작하고
칙칙한 빗방울이 하루를 등에 업고
아스팔트 길 위로 떨어진다.
땟국물 번질거리는 옷소매 보일 리 없고
땀에 절어 소금기 허옇게 밴 어깻죽지도 보이지 않지만
흔들거리는 가로등 불빛 사이로
고달픈 하루를 짊어지느라 지친 삶이
하얗기도 하고 푸르기도 한 빗물로 떨어져 내린다.
사나운 짐승처럼 으르렁 거리는 번갯불은 없지만
어둠이 깔린 도시의 까아만 아스팔트 길이
가슴을 섬뜩하게 한다.
손가락 새새에 빗물이 스며
축축한 감촉이 끈적거릴 즈음에
하늘 높이 솟은 고층 아파트 구멍이 하나씩 열리고
기다란 한숨과 함께 하루가 발을 씻는다.
어둠 속에서
비는 잠들지 않고
아직 남은 하루를 씻는다.
해님도 삼키고
달님도 희부옇게 흐리고
별들마저 막아선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물이 땅을 적시고 있다.
누구의 눈물일까?
어린 시절 까맣게 땟국물에 절은 손으로
어깨동무하고 재잘거리며 함께 밤길 걷던
동무의 천진스런 눈망울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고달픔도 가난도 모르던 동무를 그리며 밤도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