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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May 03. 2017

[하얀 쌀밥]

5월이면 생각나는 아버지

희부연 별들이 도란거리는 초저녁

어스름 달빛 아래 흔들거리는 어깨

호롱불 흔들리며

지친 하루가 저물고


재잘거리는 아이들 소리 아스라이

둘러앉은 밥상머리가 그리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긴 상념의 나래를 편다.   

 

오랜 시간 멈춰버린 그때 그 시간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까칠한 수염 속 

웃음 짓는 아버지   

 

제비 새끼들처럼

벌린 자식들 입속에

보리밥 가운데 곱게 지은 하얀 쌀밥

김에 말아 한 입 한 입 떠 넣어주시던

따순 아버지 손길


오물거리는 자식들 입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던 

하얀 쌀밥만큼이나 따순

아버지의 눈망울

오늘 저녁 유독

더 따숩게 가슴에 들온다.

   

온 동네가 떠나갈 듯 호령하던 

아버지의 퇴근길 웃음소리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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