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멧동으로 소풍 가던 날
말멧동 자근자근 밟으며
말등에 올라탄 것처럼 신바람 났었다.
사람 멧동보다 서너 배나 큰 말멧동은
그럴싸한 비석 하나 없었지만
소년의 가슴에
가지가지 상상의 나래를 허락했다.
봄날 부신 햇살 아래
속살 드러내고 누워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속에
온갖 꿈이 하늘로 올랐다.
봄날 따가운 햇살에
까맣게 그을은 소년의 등짝에
말멧동 정기가 스믈거리면
그냥 그대로 하늘을 가슴에 품었다.
빌딩 숲 속 어딘가에
그 말멧동 드러누웠을 터
돌아오는 봄날엔
찬찬히 살펴볼 요량이다.
자근자근 밟으며 신바람 내 볼 것이다.
다시 거기 누워 꿈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