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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May 05. 2017

그린 마일

스티븐 킹. 이희재 역. 1997년. 고려원

   책장 한구석에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게 관심 밖에 있던 책 한 권을 잡았다. 그린 마일은 사형수가 전기의자 형틀에 매여 처형되는 날 마지막으로 걸어가는 곳이다. 사형수 감옥의 교도관 폴 애지콤이 이곳에서의 회고담을 적은 것이다. 사형수와 감옥에 대한 음울한 서두의 이야기는 별로 읽고 싶지 않았다.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아 그만둘까 생각하다 책의 저자 소개에 눈길이 갔다. (쇼생크 탈출)의 저자이며 각종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것이다. 그럼 좀 더 읽어볼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존 커피는 두 어린 자매를 성폭행하고 무참히 살해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실제로 그는 범죄 하지 않았다. 주 형무소인 콜드마운틴에 온 존 커피는 거대한 체구에 어둠을 무서워하는 좀 어울리지 않게 촌뜨기 같은 순박한 모습을 보인다. 또 다른 사형수인 들라크루아는 삭막한 감옥에서 만난 딸랑씨라 이름 붙인 재간둥이 쥐를 데리고 놀며 애지중지하고, 짓궂은 교도관 퍼시가(그는 주지사의 친척으로 그 배경을 무기로 눈꼴사납게 굴며 교도관들과의 사이가 좋지 않다) 들라크루아의 쥐를 발로 깔아뭉개 죽이는데, 존 커피가 그 쥐를 기이한 능력으로 살려놓는다. 존 커피는 교도관 애지콤의 심각한 요도염을 치료해 주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애지콤은 커피의 무죄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 애지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교도소장 무어스의 아내 멜린다 무어스가 심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애지콤은 커피를 소장의 부인에게 데려가 그녀를 치료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사형수를 감옥 밖으로 데려가려는 위험한 일을 계획한 것이다. 그 배경에 존 커피의 무죄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것과 그의 신비한 치료능력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고, 소장 부인에 대한 깊은 동정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퍼시는 들라크루아를 처형할 때 소금물이 흐르는 스펀지를 모자 속에 넣어야 하는데(소금물에 젖은 스펀지를 머리에 올려 전기가 잘 흐르도록 해야 쉽게 고통 없이 얼른 처형을 끝낼 수 있는 방법), 악랄한 방법으로 마른 스펀지를 사용하므로 들라크루아가 처형될 때 심각한 고통을 겪으며 참혹한 죽음을 당하게 하였다.     


  책의 말미에 반전이 나오는데, 또 다른 사형수인 윌리엄 워튼은 존 커피가 뒤집어쓴 혐의의 실제 범죄자였다. 신비한 능력을 가진 존 커피는 감옥에 함께 갇힌 동안에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소장 부인을 치료해주고 부인의 질병의 기운을 자기 몸에 가지고 온 커피가 그것을 퍼시에게 집어넣자 퍼시는 권총을 빼어 워튼을 쏘아 죽인다. 그리고 퍼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혼돈상태에 빠진다.     


  존 커피의 형 집행일이 다가오고 애지콤은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행보를 하지만 검둥이라는 이유와 여러 가지 사회적인 부조리한 체계들에 의해 형 집행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커피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이 세상은 그렇게 끔찍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렇게 도움을 구하는 소리들이 쉴 새 없이 들려올 때마다 그는 도움을 주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녀야 했다. 그러나 언제나 도움을 잘 베풀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날도 두 어린 자매들을 살리려고 그곳에 갔지만 때가 늦어 구할 수가 없었다. 커피는 체포되기 전에 두 어린 자매를 양팔에 끼고 서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돌이키기에는 이미 때가 늦어 있었습니다.”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그가 범행을 자백했다고 생각해서 그를 범인으로 체포하였고 결국 사형수가 된 것이었다. 존 커피가 범죄자가 아님을 알면서도 애지콤과 동료들은 그를 전기의자에 올리는 처형을 집행해야만 했다. 심한 자책을 하지만 존 커피가 스스로 죽음에 기꺼이 응한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사람을 드러난 현상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또한 세상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세상은 위험에 처해 끊임없이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고 존 커피의 입을 빌려 말한다. 하나님께서 세상에 보낸 사람 존 커피는 “이제 그만 쉬고 싶다”라고 한다. 얼마나 자주 도움을 청하는 소리들이 들려오는지 그때마다 나서서 처리를 하였지만 늘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세상은 그렇게 도움을 구하는 손길로 가득하고 도움을 베푸는 손길도 있다.     


  애지콤은 커피가 죽기 전에 신비한 기를 몸에 받게 되고 양로원에서 100세가 넘게 살며 재롱둥이 쥐 딸랑 씨를(이 쥐도 커피가 살려준 뒤로 신비한 힘을 받아 면역체계를 가져 60년이 넘게 산다) 만나 함께 생을 마감하게 되면서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글을 남긴다.     


  책을 덮으며 인생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어두운 세상의 그늘 저편에 그 어둠을 헤쳐 나가게 하는 어떤 신비한 힘을 느끼게 된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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