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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May 12. 2017

곧게 난 길은 하나도 없더라

배경락 목사 지음. 2015년. 지혜의샘.

   저자로부터 책을 선물 받고 쉬이 읽지 못하고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되었다.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목회 현장에서 목사로서, 가정에서 아버지로서, 어떻게 보면 치열하게 사는 것도 같고, 한편으로는 이상에 미치지 못해 부끄러운 민낯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 일상의 진솔함이 책의 무게를 더해주지 않나 생각이 든다.    


   나 역시 2002년 목회를 사임하면서 (그리스도인의 단장)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한 권 낸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글의 내용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회를 하면서 매주 성도들과 나누고 싶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써서 주보와 함께 나누었던 글들을 책으로 묶어 성도들에게 선물하고 떠나왔던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특히 목사로서 느끼는 깊은 고뇌에 많은 부분 공감을 하게 되었다. 목사의 아들로서 겪었던 아픔들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나의 자녀들이 겪었을 어려움과 아픔들을 미루어 살필 수 있었다. 목사로서, 목사의 자녀로 겪는 아이들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고, 배려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떠올라 많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겪는 일들일 것이다. 저자는 그런 일들에 대해서 상처를 치유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담담하게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가장 인간적인, 실수할 수 있고, 낙담할 수 있으며, 분개하고 원망할 수 있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에 따라 일어나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가볍게 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소소한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을 통해, 가슴 저 깊은 곳에 응어리진 멍울들이 녹아내리는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편안하게 산책을 하듯 사색을 원하시는 분에게 일독을 권해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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