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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May 12. 2017

허수아비 춤

조정래 장편소설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읽고 느낀 비감한 감정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 춤]을 읽고 그 느낌이 한층 더 짙어진다. 봉산탈춤 제6과장 양반춤의 춤사위와 해학적인 재담을 듣는 기분으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상류사회의 부도덕함과 패륜적이고도 악랄한 모습들을 픽션으로 엮어내었지만 엄연히 현실사회에 거의 유사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은 가히 논픽션이다. 현금 사회에 만연된 부패와 부조리한 부의 불균형, 양극화된 사회계층 간의 갈등을 바라보는 저자의 안목은 예리하다. 경제재벌의 총수는 황제보다도 더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그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과도 같은 부류들은 지천에 널려있다. 그들의 탐욕의 희생제물이 된 숱한 사람들의 고통의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도 남는다.    

 

   근래에 삼성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파문으로 떠들썩하다. 빙산의 일각이겠지만 이런 문제가 터질 때마다 처벌과 징계는 솜방망이 수준이고 국가경제를 일으켜 세운 지대한(?) 공을 인정하여 면죄부를 주고 만다. 소설 속에는 이런 구역질 나는 모습들이 여과 없이 그려진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이런 부조리한 부패상황은 과연 해소할 수 없는가?     

   조정래 작가는 책의 서문에 “이 작품을 쓰는 내내 우울했다”라고 쓰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해소할 길은 보이지 않고 그 부조리함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래도 이런 글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사회가 이런 부조리한 체계들을 이겨내기를 바라는 염원이 컸기 때문이리라. 조정래 작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이런 소설을 쓸 필요가 없는 세상을 소망하면서 이번 소설을 썼다. 그러나 이런 소설이 완전히 필요 없게 될 세상은 오지 않을 것임도 잘 알고 있다. 그 도정이 인간의 삶이고, 우리네 인생 아닐까.”    


   정치민주화와 더불어 경제민주화를 열망하는 우리의 바람은 간절하지만 현실은 전혀 반대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칠 줄 모르고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삼복더위도 갈바람 불어오면 어느새 사라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세상에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도 그와 같을 것이라고, 그래서 우리의 염원하는 바는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라고 그런 소박한 꿈이라도 꿀 수 있도록 소설은 우리에게 현실을 바라보는 안목의 지평을 넓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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