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용현 Sep 24. 2021

묵묵함으로

참된 것


참된 것은 그저 묵묵히 있을 뿐
호들갑이라고는 전연 없네

ㅡ. 박재삼 시인 '무언으로 오는 봄 중'


창밖의 가로등은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오늘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불을 밝히고 서있다.


날마다 밤이면 방안 가득
환한 빛을 선사하던 그 호롱불
깜박거리며 흔들리던 그림자는
하 많은 세월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내 가슴이 오롯이 살아
불 밝히고 있다.


지난해 그리도 매몰차게 휘몰아치던 태풍 속에서도
꿋꿋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서서
오늘도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웃고 있다.
마을 입구에 오도카니 서있는 장승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세월이 지나도 여전한 묵묵함으로
자기를 내세움도 없이 그저 그 자리에 그대로
아무런 떨림도 없이
누가 뭐라고 하든 상관도 없이
그저 그렇게 견고함으로 서 있기를


가만히 손을 모으고
하늘을 우러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거름 햇살 아래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