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주일 아침
새하얀 눈이 온 세상을 다 덮었습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서운하고 아쉬운 감정보다는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로 인한 감사가 더욱 컸음을 생각합니다.
나는 하나님 앞에 드린 것도,
하나님께 보여드림직한 아름다운 행실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만한 선한 것도,
사람들에게 보여줄 만큼 무엇인가를 행하지도,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조차도 힘이 되어 주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나를 여전히 사랑하시고
한 해를 살아오는 내내 나를 살피고 계셨고,
가족들은 나와 함께 걷기 위하여
보조를 맞추느라 애써 주었습니다.
나를 기억해 준 많은 친구들은
한마디라도 위로하며 용기를 주기 위하여
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마음 한 자락이라도 열어 주려고
나를 살펴 주었습니다.
나는 베푼 것이 별로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므로 감사할 것밖에 없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여유롭고 풍족하여 좋은 것이 아닙니다.
아직도 많은 것이 불편하고 힘들며
넘어야 할 산은 너무도 높기만 합니다.
가야 할 길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사랑하며 살만큼 성숙에 도달한 것도 못됩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다가 아니라지만
실상인즉 눈에 보이는 것들만 보면 낙망하기 십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숨 쉬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곁에는 여전히 가족들이 바라보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 곁을 떠나지 아니하고 지켜준 친구들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여전히 내 아버지가 되셔서
나를 사랑하시고 지키시며 인도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한없이 부족하고 연약하기만 한데도 말입니다.
그러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불편한 상황 속에 있지만 행복하여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땅은 여전히 부조리하고
사람들은 죄에 깊이 빠져서 숱한 악을 생산하여
서로를 물고 뜯는 이리처럼 사납지만,
여전히 하나님은 살아계셔서 이 세상을 붙들고 계시고
종래에는 새 하늘과 새 땅으로 임하여 오실 것입니다.
그러니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음에 솟아오르는 것은,
소망입니다.
평강입니다.
감사입니다.
Coram 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