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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Jan 10. 2022

야곱과 라반

창 29~31장

성경은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우연이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인생길에서 숱한 우연을 경험한다. 그러나 실제 부딪치는 많은 일들 속에서 경험하는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하나님께서 창조의 경륜 속에서 진행하는 과정일 뿐이다. 하나님을 모르는 세상은 그것을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믿음의 사람들은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순종하며 나아가게 된다. 히브리서의 진술처럼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인 것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이 그 모든 상황에 간섭하셔서, 그 선하신 뜻대로 일을 이루고 계시는 것이다. 그래서 믿음의 사람들은, 비록 그것이 큰 고난이고 손해를 입는 상황일지라도, 그 길을 향하여 고난과 희생을 감수하고 나아가게 된다. 선하신 하나님의 손길이, 악을 선으로 바꾸시고, 역경 속에서도 하늘의 뜻을 땅에서 이루시는 큰일을 만드실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야곱은 아버지의 장막을 떠나 밧단아람을 향해 나아갔는데, 아버지와 형 에서를 속여 장자의 축복을 가로채 받았지만, 실상은 안온한 아버지의 장막을 떠나 미지의 광야로 길을 떠난 것이다. 축복은 받았지만 축복은 체감되지 않았고, 오히려 역경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참 행운인 듯, 우연하게 일어난 듯, 친족 외삼촌을 만나게 되고 거기에 자리를 잡고 살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일이 우연하게 발생된 사건이 아니고, 하나님의 섭리를 이루시려는 과정이다.     


야곱이 동방 사람의 땅에 이르렀고, 우물이 있는 오아시스에서 외삼촌 라반의 딸들을 만났고, 그들을 돕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 가족 속으로 스며들 듯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되는데, 작은 딸 라헬을 사랑하여 배필로 얻기를 바라며 칠 년을 섬기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라반은 라헬을 바로 내어주지 아니하고 큰딸 레아를 먼저 야곱의 아내로 주었고, 또다시 야곱은 라헬을 얻기 위해 칠 년을 더 섬겨야 했다. 라반의 탐욕까지도 하나님의 섭리의 도구로 사용되어서,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네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고 많은 자녀들을 얻게 된다.     


야곱은 라반의 집에서 많은 자녀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재물도 얻게 된다. 그렇게 재산이 불어나는 과정에도 하나님의 간섭하심과 돌보심이 있었음을 보게 된다. 단순히 야곱이 꾀가 많아서 술수를 부려 재산을 불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실상은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많은 재산을 얻게 하신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혈통을 통해 아담에게 약속하셨던 여인의 후손을 보내시려고 모든 일을 진행하고 계신 것이다. 아브라함이나 야곱 개인의 일이나 가정사가 아닌, 하나님의 구속사인 것이다. 적대세력들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에 필요한 여러 조건들을 이루도록 하나님께서 야곱의 주변을 조성하신다.    

 

부요한 가솔을 거느리게 된 야곱은 이제 외삼촌 라반을 떠나 아버지의 장막에 돌아가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닫는다. 세월도 제법 흘러 형 에서의 분노도 많이 사그라졌을 것으로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야곱은 그렇게 많은 재산을 가지고 쉽게 떠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외삼촌 라반이 야곱을 그냥 보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곱은 외삼촌이 멀리 떠나 있는 동안 아내와 자녀들을 거느리고 급히 모든 짐승들을 모아 야반도주하듯이 떠나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라반은 서둘러 야곱을 뒤쫓게 된다. 라반은 능히 야곱을 해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야곱을 뒤쫓는 라반에게 하나님께서 간섭하신다. “밤에 하나님이 아람 사람 라반에게 현몽하여 이르시되 너는 삼가 야곱에게 선악 간에 말하지 말라 하셨더라”(창 31:24). 라반은 야곱에게 분노하고 있었지만 하나님의 명령을 어길 힘은 없는 노릇이었다. 야곱을 따라잡고 만나 화를 내어 말해보기는 하지만, 떠나가는 야곱을 돌이킬 수 없었다. 오히려 야곱으로부터 강한 항변과 질책만 들었을 뿐이다. 이 모든 일에 하나님의 간섭하심이 있었음을 야곱 또한 잘 알았고 그러므로 강하게 외삼촌을 향하여 질책까지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라반은 야곱을 종 부리듯 하였고, 야곱 덕분에 부요함을 누릴 수도 있었다. 야곱은 라반의 재산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그를 떠나보내는 것은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라반은 자신의 탐욕을 위해 야곱을 데릴사위처럼 부렸던 것이다. 이런 라반의 처사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복을 주셔서 큰 떼를 이루게 하셨다.     


“우리 아버지의 하나님, 아브라함의 하나님 곧 이삭이 경외하는 이가 나와 함께 계시지 아니하셨더라면 외삼촌께서 이제 나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셨으리이다마는 하나님이 내 고난과 내 손의 수고를 보시고 어제 밤에 외삼촌을 책망하셨나이다.”(31:42).     


야곱은 아버지의 장막을 떠나 빈손으로 외삼촌의 집에 들어갔지만, 네 아내와 많은 자녀들을 거느리고 수다한 짐승들로 부요해진 상태에서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야곱이 잘해서 얻은 결과라고 해석하고, 꾀 많고 수단이 좋아서 이렇게 잘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인즉 야곱에게 일어난 여러 사건들에서 하나님의 간섭하심과 돌보심이 있었음을 본다면, 이 모든 일들은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진행되는 구속사의 한 과정임을 보게 된다. 하나님의 큰일이 야곱 개인과 그 가정에 집중되어 전개되므로 구속사의 큰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    

  

오늘 우리의 삶 속에, 우연히 전개되는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일들 속에 하나님은 당신의 큰 뜻을 이루시고 역사를 주관하고 계신다. 하나님의 창조경륜이 어떻게 세상 속에서 펼쳐지는 가를 보는 눈이 열린다면, 우리의 모든 삶 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순종을 감사함으로 기꺼이 행할 수 있을 것이다. 믿음으로 사는 자는 비록 그 길에 숱한 고난과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믿음의 순종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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