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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May 30. 2017

살수 / 고구려

김진명 장편소설

  ‘고구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광개토대왕이며, 그 다음이 을지문덕과 살수대첩일 것이다. 초중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그만큼 고구려에 대한 자료 자체가 빈약하다. 광활한 영토와 강성한 국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제국 고구려는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역사인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은 대단히 협소하고 빈약하다. 남북 분단 조국의 현실에서, 과거 고구려의 영토였던 지역에 대한 고고학적 발굴과 탐사에 있어서 취약할 수밖에 없어, 그만큼 고구려는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셈이다. 오늘날 중국의 동북공정의 역사왜곡 상황에서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길이 심히 취약한 상태이기도 하다.     


  장편소설 [살수]에서 김진명 작가는,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을 독자적인 시각으로 조명하여, 수면 위로 끌어내어 보여준다. 얼핏 보면 정통 무협소설을 보는 것 같은,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묘사가 다소 껄끄러운 점도 있긴 하지만, 을지문덕이라는 한 인물에 내포된 고구려의 역사가 얼마나 위대한 민족사인가를 보여주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만큼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은 당시에도 큰 울림을 준 대사건이었고,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중원의 2백만이 넘는 대군이 고구려를 정벌하기 위해 왔다가 살수에서 대패하여 물러난 이 사건을,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려 보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을지문덕과 살수대첩을 가늠해 보게 한다. 민족의 자긍심이 무엇인지,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김진명 작가의 또 다른 장편 [고구려]와 함께 읽는 것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고구려. 668년 멸망하여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나라. 우리 민족의 웅대한 기상이나 광활한 영토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환상만 있을 뿐, 상세한 역사의 발자취를 알지 못한 채, 고구려는 그저 과거에 머물러 있는. 뭐랄까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허상이었다.    


  김진명 작가는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뼈만 앙상한 고구려사의 사료에 그럴싸한 살을 붙여 우리 눈앞에 대고구려의 모습을 살려냈다. 무협지를 읽는 것 같은 황당함과 과장으로 치장한 이면에 죽은 듯 누워있는 고구려의 인물들이 하나씩 살아 나와 흥미진진하게 역사의 자취를 쏟아놓는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오래도록 잔상이 남아 돋은 흥취가 가슴에 일렁인다.    


  아! 고구려는 그런 나라였다. 5권까지 읽은 소감이다. 몇 권까지 전개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기대가 된다. 6권이 나왔다. 아직 읽지 않아 미리 읽은 이들의 서평을 보며 큰 기대감이 앞선다.     


  주아영이라는 불세출의 지략을 갖춘 재녀를 사이에 두고 연의 시조인 모용외와 을불(미천왕)의 삼각관계 속에 고구려와 진, 그리고 연나라의 흥망성쇠가 펼쳐진다. 을불(미천왕)의 아들인 고국천왕을 지극히 유약한 듯 하지만 백성의 안위를 끔찍이 위하는 독특하고도 유별난 왕으로 묘사한다. 백제와의 전투에 자신을 내던져 죽어가면서도 백성을 생각하는 군왕의 통치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제왕의 정치가 무엇이고, 백성과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읽고 나면 크게 기억에 남지 않는 무협지 같은 황당한 내용의 흥미 위주의 전개 이면에 이 시대를 향한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담겨있다. 현군과 폭군의 차이는 무엇인가? 전시의 치세와 평화시대의 치세에 대한 차이는 무엇인가? 정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역사의 자취를 그려내는 작가의 의도를 따라가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후의 이야기에 더욱 기대를 하게 된다. 대제국 고구려를 이룬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김진명 작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아직 읽지 않은 이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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