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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May 20. 2017

아리랑

조정래 장편소설

  2016년 5월에 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아리랑]을 읽던 중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멘부커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쓴 글인데, [아리랑] 독후감 서두에 먼저 이 글을 싣는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멘부커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작가의 면면을 살피면서 눈에 들어오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작가의 [소년이 온다]의 배경인 5월 광주가 바로 작가가 살아낸 시대이고 그 시대정신이 작가의 작품들에 잘 녹아 흐르고 있음을 본다. 


  요즘 나는 조정래의 장편들에 푹 빠져 지내는 중이다. [한강]을 읽었고 이어서 [아리랑] 절반 이상 읽고 있는 중이다. 작가 조정래는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할 사람이다. 그만큼 그의 작품들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의미가 깊다. [아리랑]을 다 읽은 후에 독후감을 쓸 요량이었는데 작가 한강의 멘부커 상 수상 소식을 들으며 더 진한 감흥이 생겨 미리 몇 자 써본다.


  조정래 작가는 [아리랑]의 서문에 이렇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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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전에 20대  젊은이들과 대학생 1천5백여 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여러 항목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무슨 수를 써서든 전쟁터에 나가지 않겠다는 응답이 23%였다. 서로 다른 그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응답 비율이 묘하게도 엇비슷한 것에 나는 관심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한반도의 인구가 2천여 만이었던 일제 말기에 친일파의 민족반역자들은 대략 1백70여 만이었다. 그 수는 전체 민족의 10%에 미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자들이 무력을 갖춘 일본 총독부의 세력과 야합함으로써 나머지 90%의 동족을 처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가 다시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 어찌하겠는가?>
  나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이런 여론조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동했다. 그러나 두려움이 앞섰다. 그 응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고, 그 결과 또한 앞의 두 가지 여론조사 비율과 엇비슷할 것만 같았던 것이다. 여론조사의 신빙성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오늘의 젊은이들이 어찌하여 그런 의식을 갖게 된 것일까?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물질적 사회구조에 따른 이기주의의 만연 등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사교육의 잘못과 역사인식의 결여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다시 식민지가 되는 불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젊은이들 중에서 20%가 넘게 민족반역자가 될 거라는 예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스럽다. 그러나 그런 상상이 결코 터무니없는 것이 아닌 것이 오늘의 문제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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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치하에서의 상황이 어쩌면 오늘 위기의 대한민국의 상황과 많은 면에서 비슷한 점을 보인다는 면에서 나는 섬찟한 전율을 느낀다. 국가 전체의 안위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고 개인의 보신주의, 그리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파렴치한 짓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치부되는 현실이다. 친일을 했던 자들의 뻔뻔스러움은 도를 넘은 지 오래된 일이고, 독재를 일삼던 무리들과 정경유착의 고리가 여전히 산재하고, 가난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기업과 부를 거머쥔 기득권자들의 서슬 푸른 압제는 끝을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 


  5월 광주에 대해서도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와 후안무치한 정치가들의 모습을 다반사로 보는 때에 작가 한강의 멘부커 수상 소식은 한줄기 단비로 다가온다. 작가의 가슴에 살아있는 정신은 단언컨대 5월 광주의 정신일 것이다. 조정래의 [한강]과 [아리랑] 그리고 [태백산맥]에서 읽히는 민족의 애환과 무관하지 않은 민족혼이 느껴져 반가움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잔혹했던 일제강점기의 역사, 이승만 독재정권의 패악, 5.16 쿠데타와 박정희 군부독재, 전두환/노태우 군부독재의 암울했던 과거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어두운 시대에 처절하게 짓밟히고 죽임 당했던 순국선열들의 정신을 되새기고 또 되새겨야만 한다. 헬조선을 되뇌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질곡의 우리 역사를 똑바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과거 그토록 강한 정신으로 나라와 민족을 보듬었던 젊은이들의 모습을 되새겨 볼 일이다.


  바른 역사인식과 역사교육은 이 어두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간절한 바람이어야 한다. 역사를 왜곡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성경은 말한다. [혼을 잃어버린 백성은 망한다] 백성의 혼이 살아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에서 비롯된다. 역사를 왜곡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자신의 안일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들이며, 사리사욕으로 자기의 배를 채우는 자들이 아니던가? 이 어두운 시대를 깨우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기를 참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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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감을 쓰려고 하면서 드는 첫째 생각은, 대한민국 백성이라면, 아니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이다.     


  [아리랑]은 일제 36년간의 참혹한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 소설 같지 않은 소설이다. 실제 역사의 교과서로 쓰면 어떨까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일제 36년 동안 일제의 만행으로 무참하게 죽어간 백성들의 수효는 어림잡아도 400만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나치에 의해 학살당한 유대인들이 대략 600만이라고 한다. 그에 버금갈 만치 많은 우리 백성들이 죽었는데도 작금의 일본은 전혀 반성의 기색조차 없이 뻔뻔한 얼굴로 역사왜곡을 일삼고 있다.    

 

  더구나 더 부아가 나는 일은 친일로 배를 불리고 고관대작에 앉아 백성들의 고혈을 빠는 자들이 자신들의 친일행적을 합리화하고 은폐하기 위해 온갖 일을 다 꾸미고, 심지어 왜곡된 역사교과서로 국정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반역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고 처벌을 하는 일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말로 유대인들은 지금도 철저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반민족행위자처벌법은 반드시 시행하여 민족의 정기를 바로잡고 우리 역사의 비겁하고 어두운 면을 정화해야 한다. 이것은 작가 조정래의 말이기도 하고 나 역시 그 말에 깊은 공감을 하는 것이다.    


  [아리랑]은 일제강점기의 시초부터 일제의 패망까지의 역사 과정 속에서 일본인들의 잔학한 식민정책과 그에 빌붙어 조국을 배신한 민족반역자들의 패악들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고난 받고 억압과 수탈을 당하면서도 끊임없이 조국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며 산화한 독립지사들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하와이로, 만주로, 중국으로, 더 나아가 소련으로 떠돌며 죽음을 무릅쓴 항일투쟁을 했던 이들, 그리고 농토를 빼앗기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만주 등지로 떠나 팍팍한 삶을 일굴 수밖에 없었던 민초들도 있다. 중국 공산당과 연계 투쟁을 했던 독립투사들, 하와이 이주 농민들의 처절한 삶의 상황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며 근근이 삶을 연명했던 백성들의 이야기도 있다. 조국의 암담한 현실로 타지를 떠돌며 억척스럽게 황무지를 개간하며 삶을 연명했던 사할린 거주민들은 소련 공산당의 잔학한 탄압으로 강제이주를 당해 풍토병으로, 굶주림으로 죽어가며 또다시 삶을 연명하기 위하여 황무지를 개간해야 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징용과 정신대로 끌려간 이들, 빼앗긴 들녘에서 굶주리며 온갖 것을 수탈당하며 굶주린 채 삶을 영위해야 했던 백성들의 피폐한 삶의 모습들도 있다. 피정복국가의 백성으로 징집되어 남의 전쟁터에 총알받이가 되어 스러져간 숱한 젊은이들도 있다.     


  이 일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피울음을 울지 않고는 읽을 수 없는 눈물의 대서사시이다. 이 뼈아픈 역사의 현장을 모르고서야 어찌 한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아직도 바로잡지 못한 질곡의 역사를 보듬고 사는 것이 죄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15년 이상의 세월 동안 글을 써내며 질병이 들어 고통을 감내한 조정래 작가의 피울음을 가슴으로 들으며 한편으론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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