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단편적으로 인용문만 접하다 벼르고 별러 이제야 읽었다. 여전히 상존하는 난장이 중의 하나로 살아가는 숱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때론 분개하고 때론 비감에 빠져 자학하며 풀 죽기도 하고 출구가 없이 내몰리며 섬뜩한 보복에 공조하며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어지기도 한다.
현대문명 때문이라고 변명하기에는 사람 살아가는 모습들이 예나 지금이나 처절하게 닮아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의 차이가 분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70년대 도시개발의 와중에 빈민가에서 벌어지는 난장이 가족의 상황은 단지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닌 국가사회 전반의 문제로 부각된다. 빈곤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사회의 공적인 문제이다. 복지국가를 이루어가는 것은 개인의 책임을 넘어 국가사회 전반이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 벌어지는 양극화의 첨예한 대립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언제나 가난한 자들의 몫이라는 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이것은 과거의 역사에서도 그러했고 오늘날에도 여전한 문제이다.
빈곤의 궁지에 몰린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투쟁을 가진 자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오히려 더욱 극한 상황으로 내몰아 피차간에 파멸에 이르도록 만든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상생의 도리를 알지 못한 이들의 오만함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책의 첫 장을 열고 마지막 장까지 한 번도 덮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치열한 삶의 모습을 보았고 공감했기 때문이다. 난장이를 바라보는 나 역시 난장이인 것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