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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Mar 08. 2022

채움과 비움

채우려 하면 할수록

더욱 빈한하여

헐거워진 가슴에 

시린 바람만 윙윙거리고


오롯이 나를 세우려 그리도 분주하였지만

도무지 '나'란 것이 있기나 한 것인지

들녘에 부는 바람은 따사롭기만 한데

내 가슴엔 아직 북풍한설이 휘돌아


비워내야 한다고

모다 비워내고 나서야

비로소 당신으로 채워질 것인즉

그제서야 내 빈한함을 알아

부끄러움에 고개 숙일 터


반백의 세월을 지나왔건만

아직 나는 부끄러움을 알지 못해

다 비워내지 못한 빈한함으로

봄날 훈풍에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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