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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Jun 08. 2017

[자화상]

마노 주용현

나는 나일뿐이다.

나를 넘어서는 나가 되려는 것은

분수를 알지 못하는 탐욕이다.   

 

하늘에 계신 그분이

나로서의 가치를 부여하셨고

나로 서게 하시며

나로서 살게 하심이

나의 본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로서의 나를 넘어서서

자꾸만 초극의 꿈을 꾼다.

범인이면서 초인을 꿈꾼다.

범연한 세상에서 범연한 사람으로

그렇게 살도록 지어진 자가

초극을 꿈꾸는 것은 반역이다.    


눈 아래 보이는 세상

근접한 사물 안에 머무름이

편안일 터인데

나는 자꾸만 저 먼 곳에 눈이 있다.

범연함을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다.

눈 아래 밟히는 것에 식상하여

저 먼 곳을 향하여 발칙한 상상에 몰입한다.  

  

나는 나일뿐이다.

나를 넘어서는 나가 되려는 것은

실현될 수 없는 끝없는 욕구일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이기를 거부하는

쉬임없는 몸짓으로 자학을 거듭한다.

가시채로 뒷발질을 거듭할 뿐인 것을    


나는 나일뿐이다.

본분을 안다는 것

살면 살수록 어렵기만 하다.    

핍박자 사울에게 찾아오신 예수의 말씀(행 26:14)

가시채를 뒷발질하기가 네게 고생이니라

사울/바울의 고백(고전 15:10)

나의 나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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