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 자리
지금 이곳은 어디인가?
황망히 가던 발걸음 멈추고...
허둥대는 나를 향해 묻는다.
어디를 향해
무엇을 바라며
그리도 비틀거리며 가고 있는가?
갈바를 알지 못한 채
아무런 목적도 없이
이리저리 떠밀리며
초점 잃은 눈으로 가다 말다
걷다 쉬기를 숱하게 거듭하던
갈지자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멈추고
어딜 가느냐고 묻는다.
새삼스런 물음도 아니지만
멈춰 설 때마다 묻고 또 묻지만
언제나 딱히 답할 말을 찾지 못해
머뭇거리다 애꿎은 하늘만 쳐다본다.
지친 어깨 위로 떨어지는 해거름 긴 그림자
동무 삼아 또다시 일어나 걸어보자고
보이지 않는 눈빛으로 윙크한다.
어디로 가면 어떠냐고
아무것도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그림자 지나가듯 그렇게 함께 걸어가자고
소리 없는 미소로 손짓한다.
내가 선 자리
지금 이곳은 어디인가?
또다시 출발하는 걸음은
허둥대지 말고 찬찬히 걸어가자.
또다시 물으면
내가 선 자리
내가 가야 할 곳
웃음으로 기꺼이 대답하리라.
서녘 땅거미 아래 스러지는 그림자 벗 삼아
내가 달려갈 길 다 왔노라고
대답하리라.
하늘에서 그분이 웃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