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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Jun 16. 2017

(석양 夕陽)

마노 주용현

하루를 마감하는 햇살은 곱기도 하다.
하루의 마지막을 불태우는 그 시간이 그만큼 더 엄숙해서일까

뉘엿거리는 그 찰나의 시간들을 붙잡으려
바둥거리는 몸짓이 어설프다.

석양은 말이 없어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지만
바둥거리며 바라보는 가슴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석양 앞에서 고뇌할 자신은 없다.
서산마루에 순식간에 미끄러져 들어가 버리는
그 찰나의 순간까지도
형용할 수 없는 수만 가지의 불꽃으로
모두의 하루를 사른다.

저무는 하루는 타오르는 불꽃만큼 아름다웠는가
그렇게 삶을 불태웠다면
석양의 불꽃이 이토록 가슴을 저미진 않았으리라

스러져가며 나눈 작별의 인사 한마디
내일 또다시 찬연한 불꽃으로 떠오를 터이니
그대 낙심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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