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후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용현 Aug 02. 2017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광주 5월 민중항쟁의 기록/ 황석영 이재의 전용호 기록 2017년 창비

  80년 5월 광주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그 아픔의 현장을 우리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 몇 해 동안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쉬쉬하며 이야기도 쉽게 나눌 수 없었다. 진실을 알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갖은 제재와 폭압을 겪으면서도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금서로 쉬쉬하며 몰래 숨어서 보았던 책이 증보되어 이제야 발간되었다. 1985년 초판이 나온 지 32년 만에 개정판을 내면서 역사적 사실이 왜곡되는 모습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는 변의 간행사를 싣고 있다. 아직도 그렇게 보면 5월 광주민중항쟁은 현재진행형이다.

   

  80년 5월은 우리나라 민주사에 커다란 획을 그을 만한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아직도 5월 광주민중항쟁을 국가에 대항하여 폭거를 일으킨 자들에 대한 진압이라고 강변하는 이들이 있고 또 그에 동조하여 진실에 대한 눈과 귀를 닫아버린 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넘어 허탈감마저 든다.     


  5월 광주의 비극은 그 저변에 박정희 군부독재의 참상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독재의 폭압에 저항한 민중을 무참하게 탄압하고 학살한 사건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라는 나라의 방관 또는 조장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책은 6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5월 광주의 진상을 모두 다 담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여기의 기록은 드러난 것들로서 확증된 사실만을 모은 것이기에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 기록한다면 그 백 곱을 더한다고 해도 부족할 것이다. 책은 항쟁의 시작부터 결말까지 진행된 사건을 따라가며 기록되었다.    


제1부 밀려드는 역사의 파도

1. 10월에서 5월까지

2. 산발적이고 수동적인 저항/ 5월 18일 일요일 항쟁 1일째

3. 적극적 공세로의 전환/ 5월 19일 월요일 항쟁 2일째

4. 전면적인 민중항쟁/ 5월 20일 화요일 항쟁 3일째

5. 무장투쟁과 승리의 쟁취/ 5월 21일 항쟁 4일째

6. 항쟁의 확산

7. 봉쇄작전과 민간인 학살/ 5월 21-24일  

  

제2부 광주여! 광주여! 광주여!

8. 해방기간Ⅰ/ 5월 22일 목요일 항쟁 5일째

9. 해방기간Ⅱ/ 5월 23일 금요일 항쟁 6일째

10. 해방기간Ⅲ/ 5월 24일 토요일 항쟁 7일째

11. 해방기간Ⅳ/ 5월 25일 일요일 항쟁 8일째

12. 해방기간Ⅴ/ 5월 26일 월요일 항쟁 9일째    


제3부 마지막, 그리고 새로운 시작

13. 항쟁의 완성/ 5월 27일 화요일

14. 남겨진 이야기

15. 항쟁 이후, 미완의 과제들    


  책을 읽는 내내 단숨에 읽어 내려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조금 읽다 보면 그날의 참상들이 가슴을 짓이겨 도저히 다음 장을 넘어갈 수 없게 하였다. 책장을 덮고 잠시 숨고르기를 수도 없이 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며칠 동안 다시 책을 손에 잡을 수 없었다. 어떻게 국가가, 어떻게 대한민국 군인이 국민에게 이렇게 할 수가 있단 말인가! 현장에서 그 일을 당한 광주사람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올 때는 감정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았다. 전두환 신군부 세력들의 정권 찬탈을 위한 시나리오를 위해 자행한 이 참혹한 범죄를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는 최초 발포명령자에 대한 의문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그들 신군부 세력들이 아니면 누가 발포명령을 내렸겠는가? 명약관화한 이 사실을 은폐하고 눈 가리고 아웅 하듯이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파렴치한 이들의 작태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5월 광주의 열흘 동안의 항쟁은 동학농민전쟁의 연장이고 이후의 대한민국 민주사의 이정표이다.     


  아직도 5월 광주의 진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왜곡된 지식으로 광주와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편견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은 역사의 진실 앞에 겸허하게 고개를 숙여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들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일깨울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독재에 저항하다 스러져간 광주항쟁 당시의 희생자들 모두에게 빚진 자의 심정으로 옷깃을 여미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피울음으로 멍울진 가슴을 부여안고 통곡하는 이들이 남아 있다. 그들의 아픔을 한 조각이라도 나누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알렉산드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