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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May 12. 2017

김알렉산드라

정철훈 지음

   이념이 무엇이며 인간의 삶은 무엇인가?

한 세기 전의 실존인물, 러시아명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김 스딴께비치, 한국명 김쑤라

작가는 그녀의 일대기를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해 각색하고 그려냈다.    


   세계는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었고, 그 와중에 다수의 백성들은 각종 억압과 수탈로 피폐한 삶을 살았다. 그중 일부는 저항하며 현재가 아닌 미래를 살며 고통을 감내했다. 한반도는 일제의 강탈로 철저히 유린되었고 의식이 있는 지사들은 해외로 도피하여 조국의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억압으로 고통받던 백성들 중 일부는 세계 도처로 유랑하며 허기진 생을 이어갔다. 만주로 중국으로 러시아로... 그들 유랑민 2세로 출생한 한 여인의 투쟁은 단순한 이념의 신봉자로서의 투쟁을 넘어서 고통받는 현재의 민초들에게 공정한 삶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서른셋의 나이에 백위군에 의해 처형되어 아무르 강에 수장된 그녀의 시신은 잠든 것이 아니라 아직도 펄펄 끓는 피로 살아있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무산자들의 가슴에... 더 이상 억울하게 착취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숱한 이들의 가슴에... 이듬해 적위군에 의해 하바롭스크가 탈환된 후 시민들은 아무르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아무르 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세계정세도 여러 모양으로 변화를 겪었다. 그때와 지금의 형세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가진 자의 무자비한 억압과 못 가진 자들의 헐거운 어깨이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사랑이 있느냐는 질문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어느 시대이건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것에 대한 저항은 처절하고 아름답다. 혁명은 피를 먹고 자란다.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투쟁은 시대를 넘어서 모든 인간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오늘 우리 사회를 바라보며 한 여인의 숭고한 삶의 투쟁을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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