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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Dec 24. 2017

나그네

마노瑪瑙 주용현

호올로 길을 가노라면 
저만치 먼발치에 아스라이 
내 소망의 피안이 보일락 말락
내어민 손끝에 잡힐 듯 말 듯.  


호올로 걷는 길인 줄 알았더니 
어느 참에 함께한 이들 길동무되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모두들 분주하여 
소망의 변주곡 울려 퍼지고 있네.


뉘라서 그리 호올로 외롭다더냐 
가는 길에 함께 할 동무 있으니 
어이타 애섪음이 무삼 말인고 
허다한 무리 속에 앉은 고독이라 하더라.


뒤돌아보지 않으려 도리질 치며  
앞을 향해 내달아보지만  
연신 뒷덜미를 낚아채는 아둑시니 
지난 흔적이 그리도 무섭더이다.


물아래 땅만 쳐다보며 걷던 하 많은 세월 
이제 고만 하늘 바라보라 채근하시기로 
모다 내려놓고 훌훌 털어버리려 하니 
오호라 이리도 편한 것을 왜 몰랐을까.


저 멀리 날 부르며 반기시는 손짓을 향해 
나 또다시 호올로 길을 가노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숱한 길동무 
삼삼오오 어깨동무 정겹고나.


하늘에 창을 내어라  
발을 곧추세우고 바둥거려서라도
없던 날개라도 달고 날아 올라가서
모둠발을 하고 뜀뛰기를 해서라도.


뜬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을
눈을 감으면 보인다.
맨 정신으론 볼 수 없는 것을
반미치광이론 보인다.


호올로 길을 가노라면
저 멀리 날 오라 반기시는 손짓에
격한 감정으로 나도 모르게 종종걸음
함께 부르는 소망의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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