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로하는 것은 내가 위로받는 것이다
그 숱한 세월 지내고도 남은 눈물이 있을까?
작은 위로 한마디에 금세 붉어진 눈시울
노년이라 서러운 겐지 서러워서 노년인 겐지
아무도 돌아보지 않아 더 서럽진 않을까?
굽어진 등허리에 얹힌 세월이 눈물짓는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진 신세가 한탄스러운지
쏟아놓을 독백마저 서글픔으로 어룽진 채
목 울음으로 삼킨 가슴에 켜켜이 얹혔다.
다 쏟아놓고 편안히 가셔야 합니다.
한마디에, 환한 얼굴로 붉힌 눈시울이
금세 어린아이처럼 천진해진다.
노쇠해지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염치없게 되고 체면 불고하게 되며 비인격적이게 된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는 말은 그런 뜻일 게다. 힘차게 도약하며 걷고 뛰고 싶은데, 몸 따로 마음 따로이다. 할 수 있는 것이 하나씩 사라져 간다.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하나씩 포기하는 것을 배워간다.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고 무기력한 상태로 이젠 떠나갈 날만 손꼽게 된다.
할 일이 없는 사람이 가장 불행하다. 기력이 쇠잔하여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일지라도 할 일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보내어 살게 하셨고, 언젠가는 데려가실 것이다. 인간의 생사는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다. 사람이 이 세상에 머물러 있는 한에는 사람으로서 사명이 있다. 그토록 많은 인류 가운데 똑같은 이가 하나도 없듯이, 그에게 부여된 사명은 오직 그만이 해야 하는 일이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도 없고 그가 이루어야 할 일이다. 사명이 있는 자는 죽지 않는다. 그 사명을 이루기까지 하나님의 손은 그에게서 떠나가지 않는다. 비록 노년이 되어 병들어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자라 할지라도, 여전히 그에게 부여된 하나님의 사명은 남아 있다. 살아 숨 쉬는 그 한 가지만으로도 그의 사명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사람의 본분이 무엇인가? 사람으로서 감당해야 할 사명이 무엇인가? 사람이 할 일이 무엇인가?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아야 한다. 칼빈은 제네바 요리문답에서 사람의 사명은 “하나님을 아는 것”이라 하였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에서는 “오직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그를 영원토록 향유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사람은 자기를 지으신 창조주를 기억하고, 그를 누리는 것이 본분이다. 창조주로 말미암고, 창조주와 함께 하며, 창조주께로 나아가는 것이 사람의 본분이다.
이 땅에 머무를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올 때는 순서가 있었지만 갈 때는 순서가 없다. 누가 먼저 갈 것인지 알 수 없다. 병든 노년을 위로하며 가져보는 생각이다. 어쩌면 저들보다 내가 더 먼저 갈지도 모른다. 다만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 마땅히 할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과 비교해가며 비관하거나 낙담할 것이 아니다. 하늘을 우러러 옷깃을 여미고 경건한 자세로 내가 할 일을 찾아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