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1-2:25
창 1: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앞 뒤 설명이나 전제로 주어지는 말씀 없이 그냥 있는 사실 그대로를 선포한다. 사람이 눈을 뜨면 바라보이는 세상, 그 하늘과 땅은 하나님께서 아무것도 없는 데에서 창조하셨다. 어떤 과학적인 근거나 주장이나 사람들의 동의나 이해를 요구하는 말씀이 아니다. 그냥 선포한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다. 세상은 하나님의 창조로 이루어졌다. 다른 어떤 것도 그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여지는 없다. 성경의 언어는 굵다. 세세하게 창조의 상황들을 낱낱이 말하지는 않는다. 그저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다는 선포만 있을 뿐이다.
하나님께서 지으시고 이름 지어 부르시니 모든 조물이 이름을 얻는다. 또한 개개의 조물들이 각기 정해진 자리와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자기를 드러낸다. 그 모든 것을 보신 하나님께서 심히 좋았더라고 하신다. 하나님께서 좋으셨다는 것으로 창조의 존재 목적이 설명되고 있다.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조물에 복을 주셨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온 땅에 충만하라 하신다. 처음 시작된 창조가 완성을 향하여 진행될 것을 바라보게 한다. 각 조물은 생육하고 번성하므로 하나님의 지혜가 고안한 창조의 복되고 아름다운 모습들이 온 땅에 충만하게 되는 것, 그것이 하나님이 창조에 베푸신 복이다. 하나님의 이름이 온 땅에 편만하여 하나님의 기쁨이 되는 것이 피조물의 복이다.
창 1:26-31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성경의 기록은 모든 사건과 배후 과정을 낱낱이 전달하는 보고문이 아니다. 특수한 목적 아래 기록된 책이다. 그 특수한 목적은 바로 하나님의 나라이다. 하나님께서 왕이시고, 왕이신 그분이 자기의 백성을 생산하셔서 통치하시며 복을 주시고 경영하신다. 하나님은 그들의 하나님이 되시고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관계로 하나님은 일하신다. 자기 백성을 생산하시는 시발始發이 첫 사람 아담을 지으심이다. 첫 사람 아담은 왕이신 하나님의 나라에 하나님을 대리하여 통치하는 왕의 권세를 위임받은 자로 세워졌다.
하나님께서 다른 모든 피조물은 말씀만으로 지으셨지만, 이 특별한 존재인 사람은 직접 흙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심으로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으셨다. 사람은 하나님은 아니나 하나님과 닮았고, 여느 피조물과 같이 지어져 피조물이면서도 피조물과 다른 지위를 가졌으며 그 피조물과도 구별된 특별한 존재로 지음 받았다. 아담은 하나님 나라의 왕이신 하나님의 통치 대권을 위임받아 피조세계(창조)의 왕이며, 창조세계에 왕이신 하나님의 뜻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선지자이며, 창조의 대표자로 왕이신 하나님께 경배(제사) 드리는 제사장으로, 삼중 직임을 따라 섬기는(봉사) 특별한 존재로 세워졌다. 그러므로 사람은 그 근본이 예배자로 지어졌다. 예배는 왕이신 하나님의 다스림에 굴복함과 그 말씀을 듣고 온전히 헌신함의 고백이다. 하나님은 왕이시고 우리는 그의 거룩한 백성(성도聖徒)인 것이다.
땅을 정복하는 것은, 이기적인 욕망을 충족하기 위하여 창조의 질서를 파괴하고 어지럽히는 정복이 아니다. 하나님의 창조의 목적을 따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온전한 섬김을 다하도록, 전 창조를 이끌어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해 가야 함을 뜻한다. 이것이 온 땅을 정복하라는 명령이다. 곧 문화 명령인 것이다. 창조를 계발하고 다스리라는 것이다. 창조에 담긴 뭇 존재들의 존재 목적을 따라 그 고유한 특성을 함양하고 계발하여 찬란하게 꽃 피우도록 하라는 것이다. 어떤 조물도 예사로 넘겨서는 아니 되며 그 존재의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에로 이끌어 가야만 한다. 장차 완성된 창조, 곧 새 하늘과 새 땅이 이루어지는 그날에는 그렇게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창 2:1-3 천지와 만물이 다 이루어지니라 하나님이 그가 하시던 일을 일곱째 날에 마치시니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 하나님이 그 일곱째 날을 복되게 하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그날에 안식하셨음이니라
성경의 기록된 필체는 참으로 굵다. 창조의 과정에서 엿새 동안에 이루신 일과 특별히 구별된 일곱째 날이 대비되어 기록되고 있다. 별다른 설명이나 전제가 없이 그냥 그렇다고 선포하고 있다. 모든 창조를 마감하는 날로서 일곱째 날이다. 첫 창조의 진행과정을 통하여 종국에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내다보게 한다. 일곱째 날은 창조의 마침표이며 완성이다. 하나님께서 이 날에 모든 일을 마치시고, 이 날을 복되게 하사 거룩하게 하셨다. 그 종국이 안식이라는 한 단어에 농축된다. 안식, 쉼은 일이 고단하여 잠시 휴식한다는 것보다는 더 깊은 의미를 함축한다. 하나님께서 일하시다 피곤하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일을 마감하시는 표식으로 안식하셨다. 하나님의 안식, 그것은 피조물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영광과 덕을 바라보며 기뻐하고 즐기심을 함유한다. 그 하나님의 기쁨에 피조물이 함께 참여하고 베푸신 복을 받아 누린다. 이렇게 하나님의 영광과 덕을 향유함이 하나님의 생명이고 피조물의 평강이다.
일곱째 날은 앞선 엿새의 마감이다. 엿새를 대표하는 날이다. 엿새 동안의 모든 과정이 일곱째 날에 완성되며 마무리가 된다. 이 날은 하나님의 날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영광과 지혜와 덕을 자기 밖에 나타내시므로 즐거워하셨다. 이 하나님의 계시가 창조이고 하나님의 영광이다. 이것은 장차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질 거룩한 백성들로 하나님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일의 씨앗이다(엡 1:14/ 이는 우리 기업의 보증이 되사 그 얻으신 것을 속량하시고 그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나님은 자기의 백성을 갖기 원하셨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의 섬김을 받으시기 원하시며, 그 백성의 온전한 섬김 안에서 영광을 받으신다. 그러므로 창조는 완성을 목표로 진행되도록 작정하셨다. 첫 창조의 이레 동안에 장차 이루어질 역사의 과정을 인각하시고 예표로 보이셨다. 첫 창조의 일곱째 날에 하나님께서 자기의 조물에 복 주시고 함께 즐거워하셨다. 하나님의 즐거움에 참예함이 피조물의 생명이며 복이다. 하나님의 그늘에 앉아 쉼이 안식이다. 이것이 피조물의 생명이며 영광이고 거룩이다. 그러므로 창세기 2장 4절 이하에 사람의 창조된 내력이 상세히 기록된다. 하나님의 창조를 다스릴 자로 위임된 사람의 특별한 사명을 말하는 것이다. 처음 안식일은 범죄 이후 이스라엘에게 하나님께 나아가는 특별한 날로 반복해서 설명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신 이후에는 주일에로 그 뜻이 더욱 선명히 드러나고 종국에는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완성으로 마감될 것이다. 처음 안식일은 역사의 마지막 완성을 바라보고 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도식을 통하여 전 창조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며 진행될 것인지를 지시하고 있다.
창 2:4-25
하나님의 창조를 경작할 자로 사람을 지목한다. 사람(아담)은 하나님이 지으신 조물을 경영할 자이다. 하나님께서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셨다.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심으로 다른 여타의 피조물과는 다른 방법으로 사람을 지으셨다. 하나님이 불어넣으신 생기가 사람 생명의 본질이다. 원소인 흙에다 하나님으로부터 온 생명을 받아 가진 자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여타의 다른 조물들과 구별된 특별한 존재이다.
에덴은 성소의 구조를 갖는다. 에덴은 낙원이며 지성소이다. 하나님은 자신이 지으신 창조에 안 계신 곳이 없이 충만히 거하신다. 창조세계가 하나님의 발등상이고 하나님이 자기를 나타내신 거소이다. 하나님의 영광과 덕이 창조세계에 새겨졌다. 그 창조세계 가운데 특별한 장소로 지목된 에덴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의 머리인 아담)과 특별한 만남을 갖는 장소이다. 에덴은 거룩한(구별된) 곳이다. 사람으로 가장 좋은 곳에 거주하도록 조치하심은 하나님의 호의가 특별함을 지시한다. 사람에게 향하신 하나님의 인자가 크심을 말해 준다. 에덴은 창조세계에 생명이 발원하여 흘러가는 원천이며 통로이다. 에덴으로부터 생명이 발원하고 흘러감으로 창조세계가 하나님의 생명으로 편만함을 지시한다. 이것은 장차 오실 예수 그리스도가 생수의 원천이셔서 천하 만민에게 생명의 복을 주실 것을 바라보게 한다. 또한 재림주로 오실 어린양으로부터 생수의 강이 흘러 새 하늘과 새 땅, 새 예루살렘 생명수 강으로부터 천하 만민에게 하늘 생명이 풍성하게 부어지게 될 것을 바라보게 한다. 어린양이 생명의 등불이 되어 열두 달 풍성한 과실을 맺게 할 영원한 생명이 완성될 풍요로운 하나님의 나라를 기대하게 한다(계 21-22장).
에덴은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성소이다. 에덴은 회막-성전-성육신-재림주로 오실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로 연결된다. 하나님과 그의 백성이 만남은 하나님의 생명으로 충만함을 뜻한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복 주시고 그 생명으로 충만하게 하신다.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을 경배함으로 모든 영광을 돌려 드려 화답한다. 창조주이신 하나님께 피조물인 사람이 하나님의 생명의 풍성함에로 나아가 굽혀 경배와 찬송을 드리는 특별한 처소가 에덴이다. 에덴에서 생명의 원천인 강이 발원하여 온 땅에 흘러가며, 그렇게 생수를 받은 땅은 각종 진귀한 금은보석으로 가득 차 풍요로움을 나타낸다. 그 모든 풍요로움을 사람에게 맡기시고 경작하여 다스리게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