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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Apr 30. 2017

죽음의 수용소에서

Viktor E. Frankl 지음. 이시형 옮김. 2005년. 청아출판

   책의 저자인 빅터 프랭클은 빈 의과대학의 신경정신과 교수이며 미국 인터내셔널 대학에서 로고테라피를 가르쳤다. 그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은 정신요법 제3학파라 불리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했다.   

 

책은 3부로 나뉘어 있다. 


1. 강제수용소에서의 체험

2.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

3. 비극 속에서의 낙관   

     

   각각의 제목에 있는 대로 책은 단순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체험담이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경험을 토대로 신경정신과적인 치료기법인 로고테라피를 말한다.   

  

   1부 강제수용소에서의 체험에서 저자는 인간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다양한 욕구들이 삶의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말한다. 인간은 아무리 극한 상황일지라도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책임과 의무를 지닌다.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상태에서도 인간은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2부에서는 시련과 고통에 직면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수용소에서의 체험들을 통해 로고테라피 치료기법들을 설명하고 있다. 로고테라피는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 로고스Logos에서 만들어졌다. 이 이론은 인간 존재의 의미는 물론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인간의 의지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나 여타의 정신의학에서 인간의 마음을 그저 하나의 수단으로 보았고, 그 결과 정신질환 치료를 하나의 테크닉으로만 간주해 왔다. 이것은 마치 인간을 기계처럼 대하는 것과 같다. 고장 난 기계를 수리하는 식의 접근방법의 치료기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로고테라피는 인간의 얼굴을 한 정신의학이라고 설명한다. 지금까지의 정신치료 기법들은 심리학의 얼굴을 한 의술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여러 개의 사물 속에 섞여 있는 또 다른 사물이 아니라는 기본 개념에서 출발한다. 사물들은 각자가 서로를 규정하는 관계에 있지만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규정한다.    


다음과 같은 말로 저자는 로고테라피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나는 살아있는 인간 실험실이자 시험장이었던 강제수용소에서 어떤 사람들은 성자처럼 행동할 때, 또 다른 사람들은 돼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은 내면에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그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 할지라도 인간은 살아야 할 삶의 의미를 생각한다. 그것은 인간 본연의 존엄성이다. 인간 안에 있는 이중성은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드러난다. 성자와 악마의 모습으로... 


   3부 비극 속에서의 낙관에서 저자는 현시대의 어두움에 직면해서 어떻게 극복하고 풀어가야 할 것인지를 제시한다. 고통과 죄와 죽음이라는 세 개의 비극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왜 낙관적일 수 있는가를 말한다. 그 모든 비관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신의 삶에 대해 낙관적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고통을 인간적인 성취와 실현으로 바꾸며, 죄로부터 자기 자신을 발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며, 일회적인 삶에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동기를 끌어내는 잠재력을 가진 것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현재의 상황 속에서도 인류가 소망을 가질 수 있는 근거라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내게 닥친 그 어떤 일도 절망하고 포기할 만큼 힘들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선택할 자유가 없는 곳에서도 인간은 가장 성스러운 것을 선택할 자유를 갖는다. 이것이 인간의 존엄성이고, 이 인간 본연의 존엄성이야말로 고통과 죄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본질인 것이다. 이것은 생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 창조주의 선물이다. 또한 질병치료에 있어서(특히 정신질환의 치료에서) 인간을 기계처럼 대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해서 접근하는 로고테라피 기법은 신선한 충격으로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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