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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Apr 19. 2017

여덟 단어

박웅현 지음. 북하우스. 2013년.

광고회사의 ECD로 일하는 박웅현 씨의 인문학적인 삶의 태도에 관한 책입니다. 삶에 임하는 자세로 대표적 단어 여덟 개를 주제로 펼치는데 빨려 들어가는 힘이 있어 좋았습니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을 대충 간추려 정리해 봅니다.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지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나간 인생에 회한을 간직한 많은 중장년들에게도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지침이 될 수도 있습니다.    


1. 자존

미국 교육은 “네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궁금해 합니다. 그런데 한국 교육은 “네 안에 무엇을 넣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자기에게 없는 것에 대해 지적 받는 풍토에서 자기에게 있는 것에 대해 칭찬해주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가는 친구에게 권하기를 “회사가 너를 면접하기보다 네가 그 회사를 면접하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힘이 세고 단단한 사람들입니다. 모든 사람은 완벽하게 불완전합니다. 돈오점수頓悟漸修 : “갑작스럽게 깨닫고 그 깨달은 바를 점차적으로 수행해가다”라는 불교용어입니다. 돈오하고 점수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너 자신이 되라는 것입니다.    


2. 본질

현상은 복잡하지만 법칙은 단순합니다. 버릴 게 무엇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본질을 알아야 혁신도 존재합니다.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 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본질이 아닌 것 같다면 놓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그 복잡한 사물의 핵심이 무엇인지 보려는 노력, 어떤 것을 보고 달려가느냐가 세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커다란 무기입니다.    


3. 고전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사람들에게 가치 있게 평가되는 것이 고전(클래식)입니다. 고전을 만나기 위해서는, 함부로 씹다버린 껌처럼 여기지 않으려면, 준비해야 합니다. 진짜 알려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이 들고 있는 가방이 명품이 아니에요. 그 가방은 단지 고가품일 뿐이죠. 명품은 클래식입니다. 고가품과 명품을 헷갈리지 말고, 진정한 명품의 세계로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4. 견見

존 러스킨이라는 영국의 시인은 “네가 창의적이 되고 싶다면 말로 그림을 그려라”고 했습니다. 누군가가 “뭘 봤니?”라고 물었을 때, 그저 “풀”이라고 대답하지 말고, 풀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었고, 잎이 몇 개 있었는데 길이는 어느 정도였고, 햇살은 어떻게 받고 있었으며 앞과 뒤의 색깔은 어땠고, 줄기와 잎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등 자세하고 소상히 그림 그리듯 말하라는 것이었죠. 이것은 들여다보라는 겁니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와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에서 본 담쟁이와 간장게장의 꽃게를 통해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습니다.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두가 보는 것을 보는 것,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모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합니다. 그러니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선택을 해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겁니다. 어떤 선택을 하고 그걸 옳게 만드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바로 돌아보지 않는 자세입니다.    

5. 현재

답이 내 앞에 있다는 사실, 현재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 행복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삶을 경주로만 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레이스가 시작되죠. 요즘은 더 빨리 시작된다고 합니다만, 어쨌든 초등학교 때부터 선행학습을 합니다. 그리고 명문 중학교에 가야하죠. 거기 갈 때까지 행복을 유보해요. 명문 중학교에 가서 3일 정도 좋아하다가 다음에 다시 행복을 유보하고 특목고를 향해 달립니다. 특목고에 들어가면 또 서울대에 가기 위해 다시 행복을 유보해요. 서울대에 가면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부장이 되기 위해, 임원이 되기 위해, 아파트 평수를 늘리기 위해 행복을 유보해요. 그러고 나면 나이 60, 70이 되죠.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행복은 삶이 끝나갈 때쯤에나 찾게 될 겁니다. 순간에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6. 권위

세상은 권위를 조장하고 우리는 너무 쉽게 굴복합니다.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이 먹어 윗 것이 되었을 때 권위를 부리지 않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권위는 우러나와야 하는 거예요. 내가 이야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인격적으로 감화가 돼서 알아줘야 하는 거예요. 그게 권위입니다. 인생을 멋지게 살고 싶다면, 강자한테 강하고 약자한테 약해져야 합니다. 맨 위에 있는 사람도 저 아래 있는 사람도 똑같아요. 그러니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윗사람들에게 강하고 아랫사람들에게 약한,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사람이 되세요.    

7. 소통

윗사람이 되어보니 소통은 불필요한 노동을 없애주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소통이 안 되는 원인

①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②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다.

③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하지 않는다.    

소통을 위한 자세

① 문맥을 생각하자.

② 생각을 디자인하자.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먼저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말함과 동시에 어떤 문맥으로 해야 하는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여기에 힘을 싣기 위해서 지혜롭게, 생각을 디자인해서 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8. 인생

인생은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이라는 싱싱한 재료를 담아낼 아름다운 그릇입니다. 인생은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라는 씨줄과 시대의 흐름과 시대정신 그리고 운이라는 날줄이 합쳐서 직조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의지와 노력과 재능이라는 씨줄만 놓고 미래를 기다립니다. 치고 들어오는 날줄의 모양새는 생각도 안하고 말입니다.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뤄내 성공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산 사람들보다 행복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거죠. 기계처럼 목표를 이루고 다음 발걸음을 못 내딛는 사람들이 많아요. 목표를 세우고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나의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떨어지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표현할 줄 모르는 유머 감각에도 불구하고, 양지바른 땅에 씨앗이 닿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라는 자존을 가지고 나의 장점을 실현해 나간다면 말이죠.    


인생을 잘 살아나갈 수 있는 세 가지 팁

① 인생에 공짜는 없다.

② 인생은 마라톤이다.

③ 인생에 정답은 없다.    


모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합니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선택한 다음에 그걸 정답으로 만들어내는 것이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걸 선택하고 후회하면서 오답으로 만듭니다. 후회는 또 다른 잘못의 시작일 뿐입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만 있을 뿐입니다.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 이 자리를 행복의 공간으로 전환하십시오. 묵묵히 자기를 존중하면서 클래식을 궁금해 하면서 본질을 추구하고, 현재를 가치 있게 여기고, 깊이 봐가면서, 지혜롭게 소통하면서 각자의 전인미답의 길을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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