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용현 Mar 02. 2018

나목裸木

허물 벗듯이 훌훌 벗어버리고
곱던 자태도 다 잊어버린 듯이
모질기도 한 설움의 시린 바람
그저 묵묵히 감내한 생의 훈장


아무것도 남은 것 없어 보이는
초라한 모습이 외려 좋게 보여


떠 받치듯 아롱아롱 올라오는
아지랭이 함께 춤추는 들풀들
봄의 내음새에 나목도 춤춘다


벌거벗어 헐거운 몸이 가볍다
아무 것도 없는 두 손의 묵직함


빈한하여 서럽지 않은 빈 자리
애시당초 아무 것도 없는 빈손


벗은 허물 다시 줏어 입는 봄날
그저 참고 참으며 참아야 한다


허물 벗듯이 훌훌 벗을테니까
허물 줏어 입듯이 입을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따순 바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