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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Mar 02. 2018

나목裸木

허물 벗듯이 훌훌 벗어버리고
곱던 자태도 다 잊어버린 듯이
모질기도 한 설움의 시린 바람
그저 묵묵히 감내한 생의 훈장


아무것도 남은 것 없어 보이는
초라한 모습이 외려 좋게 보여


떠 받치듯 아롱아롱 올라오는
아지랭이 함께 춤추는 들풀들
봄의 내음새에 나목도 춤춘다


벌거벗어 헐거운 몸이 가볍다
아무 것도 없는 두 손의 묵직함


빈한하여 서럽지 않은 빈 자리
애시당초 아무 것도 없는 빈손


벗은 허물 다시 줏어 입는 봄날
그저 참고 참으며 참아야 한다


허물 벗듯이 훌훌 벗을테니까
허물 줏어 입듯이 입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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