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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상목 May 10. 2023

독감 예방접종

힘들지만 의미있는 것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동네 의원에 가면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려고 대기하는 분들도 가득 메운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은 코로나 예방접종으로 가득 했지만 위기가 지나고서 다시 독감 예방접종 시즌이 돌아오곤 했다. 아니나 다를까 2023년 새해에는 A형 독감이 유행해서 코로나19 감염증인지 독감인지 정확하게 진단되지 않아서 감기증상으로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만 수차례 하다 결국 A형 독감으로 확진된 사례도 너무나도 많았다.

코로나19 증상인 줄 알고 매번 코를 찔리는 불편감이 있었지만 알고 보니 A형 독감이었다니 너무 허탈해하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각지대는 분명히 존재한다.




  '독감 예방접종은 하고 싶지만 방법이 없어서.'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서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주변에서 A형 독감이 확진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해하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령층의 방문의료를 함께하는 분들은 거동이 가능할 때 매번 보건소나 가까운 병원을 찾아 독감 예방접종을 했었지만 집에만 있는 그날부터는 할 수 없어서 슬퍼하시는 분들도 너무 나도 많이 계셨다. 사람인지라 늘 하던 것을 하지 못하게 되면 불안하고 그 감정은 좌절로 이어지거나 희망적이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 여기에서 많은 공감이 되었다. 고령층과 차상위 계층은 독감 시즌만 되면 보건소나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지만 설령 대상이라고 해도 직접 찾아가지 못하면 이러한 복지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 조금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제약이 없는 것이야 말로 진행한 건강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번 겨울도 벌써 다 났네.'

  독감 예방접종 한 번으로 올 겨울도 벌써 지나갔다는 말이 참 매혹적이었다. 방문의료팀이 직접 찾아가서 의사의 예진을 하고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나면 반응은 한결같았다. 마치 월동을 준비하기 위해 김장김치를 담고 난 후 뿌듯해하는 기분이 들었다. 의료기관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집에서는 조금은 특별한 감동을 주기도 하는 현장 분위기였다. 방문의료를 진행하다가 다음에 방문해서는 독감 놔드린다는 말을 할 때면 벌써 겨울이 왔냐는 분도 계시고 너무 고맙다면서 반응은 다들 제 각각이지만 반응은 매우 뜨겁다. 내심 언제 올 거냐는 의미의 대화도 오가면서 K-월동준비처럼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만 한 해가 끝나는 의미로 다가왔다.



  준비해야 할 것들 

  사실은 방문의료팀이 준비해야 할 것들은 너무 나도 많다. 아이스팩, 아이스박스, 온도계, 예진용 문진표, 독감 예방백신, 전산조회, 대상자 유무 확인, 부작용과 이상반응력, 알코올솜, 체온계, 응급상황 대비 물품, 원형 밴드 등 예방접종 한번 하는데 드는 노력이 많이 들었다. 물품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되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그 속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하면 바로 콜드체인(Cold chain)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콜드체인이란 백신 보관용 아이스박스를 어떠한 조건에서도 내부온도가 2-8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백신이 시원하게 보관되어 주사될 때까지 안전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그 온도를 벗어나게 되면 백신을 사용할 수 없고 사용할 수 없는 백신을 주사하면 안 되기 때문에 더 긴장되고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아침에 출발하는 방문의료를 위해서 아침 7시부터는 준비를 해야만 나의 안심과 백신의 안정성을 지킬 수가 있었다. 



  그래도 의미 있고 뿌듯한 예방활동

  독감철만 되면 나도 모르게 분주해지고 정신없이 하루가 금방 가곤 했었다. 방문의료를 마치고 돌아오면 행정 서식이나 전산작업이 밀려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접종한 사항을 등록하고 예진한 의사의 처방이 의료전산망에 잘 들어갔는지 확인을 하다 보면 하루는 금방 가기 때문이다. 하나씩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문득 고맙다면서 인사하던 현장, 주사라서 아플 법만도 하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는 반응, 방문의료 대상자와 그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르곤 했다. 노력이 많이 드는 만큼 전해지는 의미와 감동이 전해지기에 왠지 모를 미소가 지어내곤 했다. 



  보편적인 건강권을 위해서

  질병을 걸리기 전에 미리 예방한다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건강권을 사수한다는 것이 아닐까. 만성질환이 걸리기 전에 미리 걸리지 않도록 홍보와 교육을 하고 걸리더라도 이차적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개개인마다 취약한 점은 너무나도 달라서 그것을 미리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예방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취약한 점을 보호하기 위해 에너지를 미리 쏟을 필요는 없지만 나의 속에서 언제라도 약해질 수 있고 그것을 극복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하는 동행자의 역할로 방문의료는 매우 소중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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