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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상목 Mar 31. 2023

주사 잘 놓는 간호사

인기가 많은 이유



  나는 주사를 잘 놓는 편이다.

  방문진료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처치 중 하나는 바로 주사처치이다. 전해질 수액부터 항생제, 진통소염제, 영양제 등 다양하게 주사가 필요하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보통 일회성으로 끝나지만 장기간 수액치료가 필요한 상황도 생긴다. 영양상태가 저조하거나 전해질 수치가 너무 낮아 전해질 수액이나 포도당 수액 그리고 정맥용 영양수액이 3일 정도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이럴 때 주사 잘 놓는 간호사는 빛을 바란다. 주사를 보는 순간 환자나 보호자는 아프니 한 번만에 놔달라는 요청과 함께 애절한 눈빛을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황하지 않은 채 주사를 잘 놓으면 아주 유능한 사람으로 인식되어 좋은 간호사로 인정받게 된다.     


  자 이제 끝났어요. 

  환자가 불안과 두려움을 최고로 느끼고 있을 때 정맥까지 주사처치는 끝이 난다. 얼마나 아플까 주사 바늘이 몸으로 들어오면 아프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보통은 그 생각을 하다가 따끔한 순간은 끝이 나고 고정용 테이프를 붙이게 된다. 환자는 벌써 끝났냐고 되물어 보고 주사 부위를 확인한 후에 느끼는 두려움은 끝이 난다.

간호사들도 주사는 함께 긴장하는 경우가 많다. 방문은 특히나 정맥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환자가 아프지 않을까 진땀을 빼지만 간호사들도 같이 진땀을 빼는데 주사처치를 하고 수액이 잘 들어가지 않거나 쉽게 고정이 되지 않는 경우는 더 아찔하다.     


  하나도 안 아프네

  보통 주삿바늘은 한 가지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용도에 따라 주삿바늘의 직경 차이가 있다.

방문진료할 때 가지고 다니는 주삿바늘은 24 Gage라고 제일 작은 바늘에 속하는 제품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큰 바늘이 아니라서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 별로 아프지 않았다는 표현을 자주 하곤 하셨다. 사용목적이 수술이나 수혈 목적의 큰 바늘이 아니라 일반적인 정맥 주사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작은 바늘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호흡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미리 설명하는 등의 사소하지만 조금의 센스를 발휘하다 보면 긴장을 놓은 순간 주사처치는 끝나서 훨씬 짧게 끝난다고 느끼기도 한다.  

   

  또 부탁해.

  주사를 잘 놓는 간호사라고 소문이 나면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잘 먹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주사에 대한 거부감이 확연히 줄어든다. 영양수액과 같이 일시적인 영양 불균형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을 하다 보면 다른 선택지 보다 주사 잘 놓는 간호사를 찾기도 한다. 방문진료를 동행하다 보면 이럴 때 의사보다 간호사가 빛나는 상황이다. 물론 무조건 의사가 영양수액을 바로 처방하지는 않고 간호사들도 다른 좋은 방법을 찾아보다가 의사에게 의뢰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영양수액에만 무조건 의지하려고 하는 점은 아쉬울 때가 많다.


  아쉬운 점

  주사처치는 장점이 많지만 그만큼 위험한 처치이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의사가 옆에 있다는 든든함은 있지만 혹시 모를 부작용과 이상반응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자주 걱정되곤 하였다. 또 전체 수액주입량 조절과 정맥에서 주삿바늘이 빠져 팔이 붓거나 하는 합병증도 있기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액이나 주사에 한번 의존하게 되면 계속적으로 요구하는 점은 정말 아쉽다. 처음 방문의료를 진행했을 때 의사와 갈등이 있었던 점이 바로 수액이나 영양수액 영역이었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요청이 있다면 영양수액을 처방하는 의사의 태도는 정말 익숙해지질 않았다. 지금은 어느 정도 수용하는 편이나 여전히 수액처방이 있다면 의문을 가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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