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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 하상목 Apr 13. 2024

지역사회에서 의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지역사회에서 의사가 많아지면 좋은 이유

  얼마 전, 내가 참 좋아하는 친한 의사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 의사는 좋은 의사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여러 번 도전 끝에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의학이라는 고귀한 기술로 사회에 도움이 돼 보고자 내과 전공의 도전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병원에 남아있지 않고 집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며 처음 내과를 전공하겠다는 다짐 하나로 여기까지 온 자신을 되돌아보고 원망하고 있었다. 참 좋아하는 멋진 의사를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아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 나중에 같이 재택의료이던 호스피스이던 함께 일해보자고 서로 희망을 주던 그 의사를 떠올리며 글을 몇 글자 써보기로 했다.




  건강형평성, 아파도 안 아파도 건강에 대해 평등함을 가지는 것.

병원생활에서 나와 지역사회로 향하고자 했던 강력한 동기는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들을 만나면서였다. 의식이 없는 채 쓰러진 만성 알코올 환자, 온몸에 개미가 가득한 열사병 심정지 환자, 수많은 자살기도 환자를 만나면서 도대체 지역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금 당장 수입이 없어도 젊음을 담보로 직접 내 눈으로 보고 느끼고 싶어 병원생활을 뛰쳐 나와 무작정 지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건강형평성과 밀접한 일차의료, 장애인 건강 주치의, 방문의료를 통해 직접 내 몸으로 느꼈다.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어서 생각보다 많이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케어라는 단어로 의료가 닿지 않는 분야까지 보아야 했고 사회 복지 분야와 한 사람의 전체 삶을 보아야 되는 부분도 있었다. 건강을 수호하기 위한 고군분투하는 의료도 필요하기 했고 존엄한 죽음을 위한 작업들도 필요했다. 내 능력에서 한계를 느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지만 되돌아보면 그 작업들의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아파도 안 아파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지역사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아주 짧지만 지역사회에서 의료 돌봄 분야에 일하면서 느낀 점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1인 가구로 살면서 다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는데 도저히 병원에 갈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보니 스스로의 건강을 방치한 채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아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나지 못해 건강이 점차 악화되는 상황도 자주 만났다. 혹시 다른 한 사람이라도 관심을 가져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며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고 내가 더 많이 알아야 그들을 충분히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공부하는 기점이 되기도 했다. 나 또한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듯 어떤 것들을 더 준비해야 할지 앞으로 바꾸어 나가야 할 것들도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참 좋아하는 의사는 최종 목표는 호스피스를 하고 싶어 했다. 호스피스란 생애말기 의료 돌봄으로 의학적인 소견으로 연명치료 대신에 존엄한 삶의 과정을 돕는 고귀한 의료활동이다. 생각보다 지역사회에는 호스피스 환자들이 너무나도 많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에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병원은 제한적이라 모든 사람을 수용하기도 힘들고 존엄한 삶의 과정으로 가정에서 임종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기 때문에 집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문의사, 가정 간호사나 방문 간호사, 그 외 호스피스 전문인력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방문의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호스피스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집 밖으로 나오기 힘든 상황이나 집 밖으로 나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조력이 필요한 경우도 방문의사는 너무 절실한 존재이다. 병원을 한번 가기 위해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기도 하고 보호자 역할과 동시에 이동 보조를 도울 사람들 까지 생각한다면 외출 한 번을 그냥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보호자만 병원에 가서 대리처방받으면서 지내니 환자가 어떤 상황인지 외래 진료 의사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직접 두 눈으로 보는 진찰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창피하지만 지금에서야 많이 공감한다.


  지역사회에서 일차의료 주치의

일차의료란 1차적으로 접하는 의료가 아닌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의료에 가까운 개념이다. 그러기 때문에 가장 넓은 분야이기도 하면서 광범위한 의료 분야이다. 의료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장 가까이 있고 언제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의사이다. 건강할 때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삶을 살아가면서 감기나 몸살과 같은 가벼운 질병으로 만나며 나이가 들어 만성질환을 걱정해야 할 때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나이가 들어 만성질환으로 다시 의사와 만나며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함께하다가 생애말기가 다가올 때 존엄한 죽음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정말 멋진 의사 같다.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사회적 관계라 다소 어색할 수 있지만 관계를 해나가다 보면 그 무엇보다 편안한 진료환경 속에서 나의 건강을 오로지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다.


  의사 증원으로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나는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냥 지역사회에서 의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병원에서의 의사들은 그들만의 역할로 지역사회에서 요구하는 의료 돌봄을 함께 하는 의사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건강에도 분명 평등함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의사는 정말 사회에 필요한 고귀한 존재들이다. 밤 낮 구분하지 않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다하는 존재이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병원 안이던 밖이던 상관없이 건강한 삶과 존엄한 죽음을 소통하는 의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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