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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 하상목 May 02. 2024

우리 모두는 돌봄이 필요한 존재 입니다.

돌봄 에세이 연재판 1

  혹시 감기에 걸려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홀로 가만히 누워 지낸 적이 있으신가요? 감기약을 먹어야 하지만 아직 공복이라 식사를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번 쯤 해보았을 것입니다. 식사를 하고 난 후 저 멀리 떨어진 감기약과 따뜻한 물을 가지러 일어나기에는 귀찮음이 찾아옵니다. 그럴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하며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를 떠올립니다. 평소에는 잊고 살다가 몸이 아프거나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서 주변의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곤 합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난 이후로 부모님에게 돌봄을 받으며 성장합니다. 그러다가 점점 스스로 건강을 챙기게 되면서 다른 사람에게 받는 돌봄은 거리가 멀어지고 어색해집니다. 평상시 돌봄을 잊고 살다가 어쩌다 발생한 사고나 질병으로 우연히 돌봄을 만나게 되고, 나이가 들면서 다시 돌봄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 일상을 지켜나간다는 것은 고귀하고도 숭고한 과정입니다. 그 힘을 통해 다시 에너지를 얻고 좀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발목 수술 후에 퇴원한 친구의 집에서 일일 보호자로 함께 한 경험을 소개할까 합니다. 저는 친구를 돌보는 경험이 처음이라 가까이에서 세심한 도움을 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가장 속상했던 점은 그 친구를 어떻게 도울지 항상 생각하고 배려했지만, 돌봄을 받았던 그 친구는 불편하고 어색함 내비쳤을 때였습니다. 친구도 성인이 된 이후로 돌봄을 받기는 처음이겠지만 저도 보호자가 되어 돌보아 준다는 것은 처음이라 실수가 많았습니다. 친구가 입원해있던 병원에서는 많은 의료기기와 시설환경이 준비되어 있지만 낯선 친구의 집에서는 많은 제약이 따랐습니다.     


  수술 후 집으로 돌아온 친구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바로 샤워였습니다. 입원기간 동안 통증으로 꼼짝하지 못하다가 집으로 되돌아오니 개운함을 느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첫 미션으로 친구의 샤워를 돕는 것이 되었습니다. 먼저 샤워 전 수술 부위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비닐을 준비하고, 욕실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바닥의 물기를 닦아 안전하게 준비했습니다. 수술한 발목에 비닐과 랩으로 칭칭 감고 부축해서 욕실로 들어가는데 까지 성공하고 작은 의자를 설치해 따뜻한 물로 샤워까지 마쳤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상쾌함을 느낀 친구는 환한 미소로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이것저것 잔소리에 불편함을 내색했던 친구가 환하게 웃어 주었습니다. 걱정하는 것도 몰라주는 친구의 태도에 서운함을 느끼고 있을 때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술한 발목을 베개에 올리고 얼음주머니를 대어주는 과정처럼 이미 알고 있는 간호지식 보다 친구가 가장 원하는 것을 도울 때 어려움은 있었지만 참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루 동안 직접 돌보는 과정을 통해 저와 친구는 더 깊은 관계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경험하며 이미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누군가는 돌봄의 공백을 경험하기도 했고 사회적 관계망이 1인 가구 건강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도 알았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던 2022년 상반기에 코로나 재택치료와 자가 격리는 또 하나의 외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몸이 불편하거나 아프면 당연히 누군가의 조력과 지지를 받아야 하지만 이와 반대로 고립되고 외로움을 느끼는 과정은 회복속도를 더디게 했습니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주고받는 돌봄이 얼마나 소중하고 따뜻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약 좀 타다 주세요.”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코로나 재택치료는 참 많은 사연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코로나 확진 후에 그 흔했던 해열진통제도 하필이면 집에 없었고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약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재택치료 의료기관에 전화를 걸어 비대면 진료를 받았지만 약국에 약을 찾으러 갈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가족과 친지는 멀리 떨어져 있고 1인가구라 집 밖을 나갈 수 없어서 약을 어떻게 타야하는지 문의를 할 때마다 난감했습니다. 보건소와 퀵서비스를 통해 약을 전달하고는 있었지만 많을 때에는 이틀까지도 걸렸다며 전화로 어려운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일상생활과 관련된 문의도 참 많았습니다. 가래가 묻은 휴지는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일상생활에서 옷이나 침구류는 어떻게 세탁해야 하는지, 격리가 끝난 후에 집은 어떻게 환기하고 소독해야 하는지 등을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1인 가구이면서 청년들에게 걸려온 전화에는 더 꼼꼼하고 친절함이 필요했습니다. 몸도 아픈데 일상에서 생기는 작은 큰 불편함은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되는 몫이 되었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야 말로 누군가의 돌봄에 공백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어려움이 있을 때 나를 도와줄 사람 딱 한 명이 있으면 어떨까 떠 올려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게 됩니다. 자고 일어났을 때 시원한 물 한잔을 가져다주는 것에서부터 거동이 어려울 때 휠체어를 밀어주는 것까지 크고 작은 돌봄은 참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고 또 나눌 수도 있습니다. 돌봄이라는 아름다움을 주고 나누며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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