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질

by 하모우

쉬는 날이면 집밖으로 나가기가 싫다. 특히 최근에는 바깥 날씨가 너무나도 덥고 습해서, 이런 어항 같은 환경에서 돌아다니는 일은 아가미가 없는 내겐 참으로 고역이다. 더군다나 땀이 쉽게 잘 나는 체질 덕에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러 나가서 잠깐이라도 햇빛을 쬐면 금방 진이 빠진다. 때문에 요즘은 수분보충을 자주 해주려 회사에서 물을 많이 마시긴 하지만, 아직은 습관이 들지 않아서 그런지 자꾸만 까먹는다. 더위에 약한 이런 내 특성 때문에 여름만 되면 괜히 긴장이 되고, 야외활동이 가끔은 두렵기까지 하다. 그래도 회사를 다니고 나서는 활동이 생겼기에 강제로 이전보다 더위에 내성이 생기긴 했다. 원래 같았으면 쉬는 날에는 실내에서 답답함을 느끼더라도 옴짝달싹도 않고 시원한 에어컨을 맞으며 시간만 죽이고 있었을 텐데, 최근에는 종일 아무 활동이 없으면 몸이 근질거리기까지 하다. 그래서 결국 못 참고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운동을 가곤 한다.


주중에 퇴근하고 운동을 하러 가면 매번 혼자이기에 가끔은 권태를 느낄 때가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 자체가 혼자 하는 운동이기에 당연한 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가끔은 혼자 운동할 맛이 안 나서 운동 자체를 가기 싫어질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친구에게 연락해서 오늘은 어디 부위를 운동하는지 물어본다. 운이 좋아 오늘 하는 부위가 겹치면 운동을 함께 하자고 얘기한 뒤, 내가 다니는 헬스장이나 친구가 다니는 헬스장에 서로 찾아간다. 가장 최근에는 이전 직장 근처에 대형 헬스장이 새로 오픈했다는 얘기를 SNS로 접하고, 친구에게 권유해 같이 다녀왔다. 사실 새로 생긴 곳은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헬스장과 같은 체인점이기에 크게 기대는 되지 않았다. 근데 막상 가보니 규모부터 달랐다. 보통의 헬스장은 건물 한 층 정도를 대여하는 데 비해, 새로 생긴 지점은 4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규모도 큰 데다가 오픈 기념으로 일주일간 무료 입장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으니, 기대가 없던 나는 이내 도착하자마자 들뜬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한창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운동을 하던 도중, 우리의 바로 옆에 있는 한 커플이 운동을 같이 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보통 헬스장이라고 하면,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기구를 함부로 막 다루지 않거나, 어느 정도 선의 공공장소 매너는 다들 지켜가면서 하는 편이다. 근데 우리가 바라본 그 커플은 한 세트, 한 세트 진행할 때마다 우렁찬 기합소리를 내었으며, 심지어는 기구가 부서져라 쾅쾅 소리를 내며 내던지듯 운동기구를 막 다루었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같은 층의 반대편 끝으로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까지도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남자는 운동을 꽤나 오래 한 몸으로 보였기에 분명히 헬스장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을 것임에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악을 쓰며 주위를 불편하게 하였고, 그의 여자친구는 그런 남자친구를 따라 기구를 쾅쾅 내던지며 귀가 아플 지경으로 서로 같은 행위를 계속해서 반복하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두 사람은 우리보다 먼저 자리를 옮겼고, 그들이 지나갈 때까지 불만스러운 눈초리를 내심 보내는 나머지 사람들과 같은 표정을 지으며 친구와 나는 허탈하게 그들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대화의 결론은 어떻게 보면 끼리끼리 잘 만난 것이 아닌가라고 귀결되었다. 둘 중 한쪽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어느 한 사람이 상대방과는 다르게 남들의 눈치를 보는 성격이었다면 나머지 한쪽을 제지하거나, 적어도 본인은 그런 행위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똑 닮은 행위를 보았을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긴 인정의 끄덕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우리가 예민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할 여지도 없이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마치 우리의 생각에 곧바로 동조하듯 흘긋 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눈을 거두었다.


그들이 뭔가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써놓긴 했지만,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공공장소에서의 배려심과 매너가 부족했을 뿐이고, 헬스장 운영에 대한 존중이 없었을 뿐이다. 경찰이 그들을 잡아가지도 않았고, 헬스장에서 쫓겨나지도 않았다. 둘 모두 제 발로 걸어나가는 걸 샤워를 하고 나온 내가 우연히 보았으니 말이다. 그저 나는 그 사람들"끼리"에 지금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앞으로 내가 현재 속해있지 않은 어떤 부류에 절대로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경험을 통해 내 가치관이 바뀌고, 취향이 바뀌면, 내가 속해 있는 부류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다면, 나는 아마 그들과 웬만해선 같이 있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성격상 자리가 불편하고, 시간낭비라고 생각되는 순간부터는 정을 붙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주변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맞는 말이라고 생각되지만, 난 어떻게든 이 말을 믿고 싶지가 않다. 아무리 주변 환경이 나쁘다고 해도, 그 속에 있는 그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희망을 왠지 모르게 버리고 싶지가 않다. 본인이 택하지 않은 환경일 수도 있고, 혹은 잘못 택한 상황에서 그 안에 갇혀 빠져나올 방법이 아직은 없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안쓰러운 상황에 처해있는 그 사람도, 늦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아무런 행동 없이 그 안에 계속해서 있다면, 결국 그 사람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결국엔 정작 그런 결을 가진 사람이 된 것이지 않을까. 불편함을 느낌에도 그것을 참는 것이라면, 그것 또한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기에 스스로에게 미안해야 할 것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본인을 믿지 못해서, 앞으로는 옳고 그름 자체를 판단하는 가치관 자체가 없어지게 될 것이니까.

물론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내 주변을 구성하는 일은 굉장히 민감하고, 심사숙고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좋은 환경을 구성하는 일은 사람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나와 사고방식이 비슷한지, 그 사람이 내게 발전적인 도움을 주는지, 그 사람과 함께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나의 모습이 내가 진정 원하는 모습인지, 내가 그 사람과 결이 다르다고 해도 그 사람의 결을 존중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그 사람 또한 다른 나의 결을 존중해 줄 수 있는지. 이런 과정들을 충족시킬 수 없는 환경이라면, 알에 갇힌 그 세상을 깨야 하지 않을까. 어쩌다 반대의 매력에 확 끌려도, 편안함은 곧 비슷한 사람끼리의 전유물이기에. 반대의 매력에 끌리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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