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by 하모우

일주일 중 단 하루 쉬는 날이 오늘이다. 일을 새로 시작하고 조금은 빡빡해진 일정 때문에 하루를 통으로 쉴 수 있는 날은 매주 화요일 하루로 제한되었다. 물론 쉬지 않는 날들 중에 잠깐잠깐씩 파트로 출근하는 날도 있어 여유로운 날이 많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롯이 나의 시간으로 쓸 수 있는 날이 하루밖에 없다는 건 처음엔 조금은 걱정이 됐었다. 이틀을 쉰다면 잠깐이나마 훌쩍 여행이라도 떠날 수 있을 것이고, 필요하다면 지역의 어느 유명한 호텔에서 숙박을 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고 지금은, 오히려 하루밖에 쉴 수 없는 나의 바쁜 일정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니 차라리 하루도 쉬지 않았으면, 단 하루도 나를 이렇게 가만히 내버려 두는 날이 없었으면 하고 생각했었다. 온전히 혼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내겐 너무나도 어색했고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그간 혼자 나와서 산지도 꽤 됐을뿐더러, 이번이 혼자 사는 첫 번째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있는 시간은 내게 너무나도 버거웠다.


스무 살이 넘어서 학교 앞에서 혼자 자취를 했을 때에도, 약 일 년 반 전부터 진정한 독립이 시작되었을 때도 내 곁에는 항상 누군가가 있었다. 주로 연인이, 가끔은 가족들이, 때로는 친구들이 곁에 있어주었기에 딱히 혼자라서 외롭다거나 버겁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간혹 혼자 남는 시간이 있을 땐, 주로 영상이나 게임 등 일회성 유희들이 그것을 채워주었고, 그래도 꽤 나쁘지 않은 삶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단지 그 한 가지가 내가 정서적으로 가장 많이 의지하고 있었던 연인이라는 존재였기에 꽤나 그 존재의 부재는 내게 크게 다가왔다. 이제서야 처음으로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고 느낀 것도, 그간 물리적으로 내가 혼자 있었던 시간까지도 정서적으로는 연인에게 많이 기대왔었기에 내가 혼자라고 생각이 들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른다.


혼자가 된 나에게 처음으로 찾아온 것은 혼란이었다. 도통 혼자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어려움이 나를 급습해 나를 더 깊은 우울로 끌어당겼다. 시간이 이렇게 가지 않은 적이 또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시곗바늘은 누가 잡아당기고 있는 것 마냥 돌아가지 않았다. 군대에서 말년에 하릴없이 쳐다보던 국방부의 시계도 지금보다는 훨씬 잘 갔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기존에 하던 수많은 일들을 그대로 다시 하고 비교해봐도 확연히 시간이 가지 않는다고 느꼈다. 아무리 시간이 상대적이라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싶어 억울하기까지 했다. 무슨 일을 하든 이전만큼의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고, 그만큼 뜨는 시간들이 많아지니 공허함과 외로움이 나를 덮쳤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를 덮치니 자꾸만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들을 하려 했고, 작은 것에 대한 집착과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다행인 건, 이런 시간들은 일주일에 단 하루에 그친다는 것이다. 나머지 엿새 동안엔 출근을 하고, 출근을 하면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면 나의 집중을 고스란히 쏟을 수 있는 순간들이 생기기에 그나마 버틸만했던 것 같다. 거기에 더해 내 주위엔 나만큼 좋은 사람들이 순간순간 나와 함께해주었으며, 큰 용기를 내고 받기 시작한 심리상담 또한 내게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던 어린아이에게, 이제야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할 만한 환경이 주어진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시작이, 그리 길지 않은 단 하루라는 시간이기에 좀 더 부담감 없이 내가 혼자 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난 참 운이 좋은 것 같다. 알맞은 시기에 더 늦지 않게 혼자가 되었고, 마침 적절한 방법으로 혼자가 된 시련을 조금씩 이겨내려 했다. 아니, 어쩌면 운이 좋다기 보다는 이것 또한 운이 좋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나만의 능력인 걸까?


사실 여태까지는 사람들이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때, 자연스럽게 대답할만한 무언가가 있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마음이 편해지는지 잘 알지 못했었다. 근데 심리상담의 첫 회기에 선생님께서 내게 목표를 하나 주셨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는 것이 그것이었다. 맛있는 음식 먹기? 축구하기? 영화나 드라마 보기? 어떤 것도 이렇다 할 만큼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고민하다 아직 발만 살짝 담가본 취미인 글쓰기를 말씀드렸다.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글을 쓰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터무니없는 생각이라 치부하며 뭔가 먹고 살아가는 것과 결부시킬 만한 다른 일을 찾아봤을 텐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에 앞서 글쓰기라는 일을 하며 살아가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혼자라서 어느 정도 여유도 있겠다, 글쓰기라는 취미를 진지하게 고려해 보고, 나아가 앞으로 평생 함께할 수 있을 만한 일이라고도 생각이 드니 당장에라도 취미를 위한 무언가를 준비하고 싶었다. 여태 살면서 한 번도 나의 취미를 위해서 마음 편히 소비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 큰 맘 먹고 글쓰기를 위한 장비를 구매했다. 앞으로 여러 장소를 다니며, 다른 질감의 공기와 다른 종류의 온도를 누리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노트북을 한 대 장만했다. 그리고 이 글은 그 노트북으로 쓰는 첫 번째 글이자, 익숙한 공간이 아닌 곳에서 쓰는 첫 번째 글이다. 해보니 새로운 환경임에도 굉장히 즐겁고, 마음에 안정이 찾아온다.

글쓰기를 취미로 들임과 동시에 많은 여러 일들을 새롭게 해 보려고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글쓰기 하나만으로는 아직은 길게만 느껴지는 나의 하루를 채우기는 아쉽고, 벅찰 것 같아서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오래 쉬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도 했고, 책을 몇 권 구매해 카페에서 읽어보기도 했으며, 날씨가 많이 선선해져서 가끔은 혼자서 산책을 나가보기도 했다. 하나를 해보니 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가지가 잘 따라와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나 많았는데도, 여태껏 외면했던 것이었을 수도 있다. 해보지 않은 일이라서 어색했을 수도, 꽤나 노력을 요하는 일들이기에 귀찮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또 어떤가. 어쨌든 지금은 이렇게나 하고 있는 일이 많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닐까.


며칠 전, 한 직장동료에게 기분 좋은 말을 들었다. "요즘 보면 어떻게든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다 기분이 좋아져요. 처음 봤을 때보다 뭔가 얼굴에 미소가 더 많아졌달까?" 당연하게도 나의 아픔을 잘 알지 못하는 동료이지만, 얼굴에서부터 그게 티가 난다니 그 얘기를 듣자마자 너무나도 신이 났다. 내가 이겨내고 있는 것이 상당히 여러 가지인 것 같아 어떤 걸 이기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여튼 나도 그녀의 말대로 어떻게든 이겨내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이겨낸다기보단,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할까.


오늘은 아침부터 굉장히 우울한 날이었다. 어제 늦게 잔 탓에 겨우겨우 일어나 밀린 집안일을 좀 하고, 심리상담을 다녀왔다. 역시나 털어놓으니 마음이 편했고, 내가 옳은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도 인정받는 것 같아 우울한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아직 그 마음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을 때, 곧바로 운동을 다녀왔다. 실패할 때까지 이를 악물고 무거운 쇳덩이를 들어 올렸고, 땀에 범벅이 되어 숨이 턱 끝까지 찰 정도로 계단을 올랐다. 곧장 샤워를 하고 나오니 우울한 마음은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그 마음을 온전히 담아둔 채 카페에 도착해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글을 한 편 완성해가고 있다 보니 어느새 그 마음은 다음을 기약하며 이미 방을 비우고 나가주었다. 항상 다음을 기약하는 그 우울한 마음이 두려웠는데, 어느덧 이제는 당연하다고 느낄 시점이 온 것 같다. 이 다음에 또 나를 찾아오더라도, 언젠간 나갈 친구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오늘은 10월의 첫날이다. 죽어도 가지 않을 것만 같던 8월이 지나가고,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9월은 그렇게나 나를 잡아먹으려 하던 8월보다 더 빠르게 지나갔다. 여태까지 우울함은 나를 몇 번이나 찾아왔는지 셀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오늘도 잘 달래서 돌려보낸 것을 보면, 드디어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 아닐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나 스스로에게 잘 의지해야겠다. 내가 나에게 잘 의지해야 어떤 상황이, 고민이, 인연이 찾아와도 오롯이 그것을 받아낼 수 있으니. 아마 우울한 마음은 몇 번이고 또 찾아올 것이다. 어쩌면 일평생 함께 가야 하는 동반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는 내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돌려보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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