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의 일생

일곱 번째 우주 동화

by 참참



새싹은 땅딸막하고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새싹은 자신이 마치 배경 같다고 생각했어요. 주인공 뒤에 그려져 무심결에 지나치는 그저 그런 존재 말이죠. 자신이 배경이라 믿었기에, 새싹은 자신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그저 주변에 있는 주인공들을 유심히 바라보았죠.



새싹 옆에는 아름다운 이 있었어요. 새싹보다 키도 크고 꽃잎의 색채가 다채로왔어요. 새싹은 저 꽃이야말로 주인공이구나! 했어요. 새싹은 꽃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화려하고 재미있을까 동경했어요.



꽃을 동경하는 새싹


‘저렇게 아름다운 꽃은

모든 날이 특별하고 행복할 거야.

나처럼 작다고 무시받지도 않고

누군가 봐주길 바라는 마음도 없겠지.

고민 없이 즐겁기만 한 꽃이 되고 싶다.’


새싹은 붉은 꽃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것이라 믿었고, 자신은 정말 쓸모없다고 믿었어요.









새싹은 키가 점점 커졌고, 키의 끝에 꽃봉오리가 자리 잡았어요. 그리고 드디어 꽃을 피웠어요. 그렇게 원하던 꽃이 된 거예요. 처음에는 꽃이 된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드디어 나도 주인공이 되었구나!’


하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그렇게 멋져 보였던 꽃이 된 새싹은 생각만큼 빛이 나지 않았어요.



꽃이 핀 것을 몸으로 느꼈지만, 스스로를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것은 둘째 치고, 매일 부지런히 날아드는 벌 와 나비는 꽃이 된 새싹을 귀찮게 했어요. 특히 위이잉~ 소리를 내는 벌들은 꽃이 된 새싹을 괴롭게 했어요.











꽃이 된 새싹 옆에는 시들어가는 풀이 있었어요. 예전에 봤던 꽃이 시들어가는 중이었던 거예요. 처량하게 땅을 향하고 있는 그를 보며 꽃이 된 새싹은 생각했어요.


시들어가는 꽃을 보며 동정하는 꽃이된 새싹


‘그래, 그래도 저렇게 보잘것없고

외롭지는 않으니 괜찮아.

나도 힘들고 불행하지만,

저렇게 시들어가며 기죽어 있는 삶보다는

덜 불행하지.’


새싹이 된 꽃은 시들어가는 풀이 얼마나 불행할까 생각하며 혀를 찼어요.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흘러갔고, 꽃이 된 새싹이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 꽃잎들도 모두 떨어졌어요. 그렇게 그는 시들어가는 풀이 되었어요. 시든다는 것은 죽음에 가까워졌다는 다소 무시무시한 단어였지만, 이상하게 시들어가는 풀의 마음은 평화로웠어요. 천천히 시들어 가면서, 처음으로 누군가가 아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관심은 곧 스스로를 향한 작은 사랑이 되었어요.


드디어 자신을 보게 된 시들어가는 꽃


고개가 땅을 향하면서 그는 떨어진 꽃잎을 바라보았어요. 쭈굴쭈굴 안으로 말린 꽃잎은 색이 바래 수채화 같았어요. 그 옆에 흙으로 이어진 자신의 발도 보였어요. 곧 바스러질 것 같은 연한 녹색에는 시들어가는 풀의 모든 나날이 담겨있었어요. 시들어가는 풀은 자신을 직접 볼 수 있음에 감사했어요.



















우주에게


새싹(꽃)은 주변을 보느라 바쁜 하루들을 보내고 있어.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꿰뚫어 보려고 했지만, 그건 섣부른 단정이고 쉬운 편견이었지. 새싹의 생각처럼 꽃은 행복하지 않았고, 꽃이 된 새싹의 생각처럼 시들어가는 풀이 불행하진 않았던 것처럼 말이야.


가까운 식물을 어림짐작하고 판단하려고 해서 뭐하겠어. 새싹처럼 누군가가 나를 어떻게 볼지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거나, 꽃처럼 남과의 비교를 통해서만 불안한 행복을 얻게 되겠지.


그런데 시들어가는 풀이 되었을 때는 좀 달랐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했지. 엄마도 그렇게 자신만의 행복을 찾은 시들어가는 풀이 되고 싶어!


꽃 원피스를 입고 잠든 우주(미안해 우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