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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참 Dec 22. 2022

친애하고, 친애하는 E에게

<친애하고, 친애하는>을 읽고


나의 소중한 친구 E가 위로의 선물로 보낸 책 <친애하고, 친애하는>을 읽고 쓴 편지다. 동생이 쓰면서 눈물이 나야 편지라 했었는데, 그렇다면 이 글은 편지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를 특정할 수 있는 개인적 부분은 제외하고 올려본다. 메인 사진은 아버님이 그리신 꽃.









아버님을 잃고 한동안 정말 정신없이 보내다가 이제 조금의 여유가 생겨 네가 선물한 책을 읽었어! 감정이 많이 요동치는 나날이라 그런지 느껴지는 게 더 많네.





정말 신기한 게 요즘 우리가 ‘겪지 않은 삶’에 대해 많이 얘기 나눴잖아? 이 책에서도 주인공이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는 것은 환상에 불가하다.’라더라고..?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숨 쉴 거리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했는데, 사실 필요한 게 아니라 원래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를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심연의 바다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신 게 나도 슬프지만, 나는 절대 망구의 슬픔의 깊이를 알 수 없을 거야.


책에서 집에 너무 개미가 지나다녀서 주인공이 신경 쓰니까 주인공 할머니가 “애쓰지 마라. 그냥 같이 살면 되지.”라고 하시는데 뭔가 띵하고 울렸어.

사실 내 기본 성향이 비워져 있는 걸 보면 채우고 싶어 하는 살짝 아무도 모르게(티 나나..?) 완벽주의가 있거든? 거기서 멀리 떨어지려고 평생 노력 중이야. 여튼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쁨도 고통도 다 이해하고 싶은데, 그게 항상 간극이 생기고 잘 안 되는 거 있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아등바등 속상하지만,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되는구나 싶더라고. 우리 모두 한계 안에서 서로를 사랑하는구나, 인정해야 하나 봐. 그리고 그냥 같이 살면 되나 봐. 내가 잘 이해 못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너한테 힘든 일이 있으면 꼭 말해줘. 꼭 옆에서 살아줄게(?). 뚜둥.





이 책에는 엄마와 딸들이 나와. 할머니는 누군가의 아내와 누군가의 엄마로 살았지만 시댁살이를 떨쳐버리고 할아버지가 일하는 곳으로 떠날 만큼 (그 시대에는 남편이 일하러 떠나면 여자들은 시댁살이를 했대.) 나름 진취적인 여성이었어. 엄마는 아이를 낳자마자 원하는 공부를 하러 미국으로 떠나고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된 커리어 우먼이야. 주인공은 항상 시작은 하지만 늘 끝은 흐릿하게 남겨두는 사람인데, 22살에 아이를 가지고 한동안 육아에 전념하지.

읽다 보니 엄마는 책을 읽기보다는 외모를 가꾸는 것에만 관심 있는 고상하지 않은 할머니를 증오도 해보고 끝없이 부인하다가 끝이 없는 공부를 시작한 게 아닐까 생각했어. 그리고 주인공은 할머니 손에 자라 어린 나이에 엄마를 그리워하고 커서도 엄마한테 인정받고 싶어 하다가 무언가를 제대로 하기 두려워진 게 아닌가 싶었어. 우리는 엄마를 끊임없이 부정하고 동시에 동경하며 커가나 봐.





주인공이 임신했을 땐가, 엄마는 아기만 키우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해. 하지만 나아중에 3n살이 되어서 주인공이 무대 디자이너가 되려고 할 때, 모든 사람이 만류하는데 엄마만 말해줘. 넌 아직도 젊고 예쁘다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는 말이었던 것 같아. 나는 주인공의 엄마가 E 너와 나 같은 엄마들한테 모두 해주는 말 같았어.

우리가 아이를 낳고 일을 쉬어도, 그리고 공백 끝에 새로운 일을 시작해도, 그리고 또 언젠가 쉬게 되어도, 우리는 아직 젊고 예쁜 거 아닐까 자기중심적 해석해 봄! 허허.


와중에 주인공이 무대 디자인을 하게 된 이유가 부숴야 할 줄 알면서도 짓기 때문이래. 언젠가 헤어질 줄 알면서도 온 마음 다해 사랑하는 것. 언제가 죽을 줄 알면서 나름대로 아등바등 열심 사는 것. 정말 무대 디자인은 우리 삶의 궤적과 닮은 것 같아.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좋은 날을 같이 보낼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주인공 할머니가 말씀하셔. 근데 할머니에게 그런 사람은 가족이 아니라 자기 친구인 아가다 할머니와 글로리아 할머니더라고. E 너에게 좋은 날 같이 보낼 친구로 늙고 싶다 생각했어. 이런 고백을 하며 마무리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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