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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참 Jul 19. 2023

"우주가 꼭 지켜줄게." : 여행 안의 불안

우주의 언어, 30개월

올해는 남편의 안식년이다. 사실 작년이었지만 그 해 아버님이 편찮으셨고, 이사도 해야 했기에 자연스레 올해로 미뤄졌다. 남편 회사는 안식년이 되면 2주간의 휴가를 준다. 2주라니! 감개무량하며 나와 남편은 꼬마와 어디를 가면 좋을지 기분 좋게 고민했다. 아이와 함께니 휴양지로 가자는 나와 그래도 아이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는 여행을 하자는 남편이 대립하다가 안식년의 주인의 뜻대로 흘러가게 되었다. 그렇게 그가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였던 포르투갈로 향하기로 했다. 아이랑 그렇게 먼 나라를 가도 될지 고민되기도 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몰라 용감한 상태로 리스본행 비행기를 탔다.


아이와 함께 먼 나라로 여행 가기를 희망하는 분들께 미리 말씀드리자면 여행 자체는 너무 좋다. 다만 비행은 고역이다. 이번 편에서는 아이와 여행이 모든 가족에게 얼마나 힘든지 현실적인 내용을 먼저 담아보려고 한다. 그 후 다음 편에서는 아이와의 여행의 행복을 적어보려고 한다.
















우주와의 비헬기


여행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냐고 물으신다면 지체 없이 비행이라고 튀어나올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작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비행기 안은 사실 어른들도 견디기 힘들다. 그렇기에 1) 좁고 제약적인 공간에서 힘들어하는 아기, 2) 그 아기 때문에 더 스트레스받는 주변 사람들, 로 인해 비행시간만큼 마음 졸이게 된다. 실제로 혹시라도 주변에 앉은 분들이 우주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거나 힘들어하실까 봐 전전긍긍하며 잠 한 번 못 자고 비행을 마쳤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주는 크게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사과 주스를 쏟기도 했다. 우주가 울기 시작하면 아이를 보쌈해서 후다닥 비행기 뒤편으로 가 안아주며 달랬다. 15kg 가까이 되는 아이를 계속 안아주니 나도 허리가 아팠을 텐데 그것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다. 과장 하나 없이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주변 사람 중 우주의 존재를 꺼려하는 분은 없었다. 아이와 함께 비행이라니 힘들겠다며 내 어깨와 팔을 주물러 주시던 한국 아주머니들, 착륙할 때 우주가 오열하다가 울음을 그치자 격려의 박수를 쳐주던 외국인들, 아이는 원래 귀가 아프고 졸려서 비행기를 타면 운다고 자기도 겪어봤다며 힘내라고 하던 포르투갈 엄마들.. 우리 가족은 정말 운이 좋았다. 그럼에도 그런 따뜻한 마음들이 절대로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한시도 편히 있을 수 없었다. ‘아이와의 여행은 사실 부모의 욕심 아닌가요?’라고 말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사실 나는 굳이 따지면 부모도 아이도 평범한 사람들이며 여행을 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그런데 비행에서 힘들어하는 우주, 그녀 때문에 더 힘들 주위 사람들, 그런 와중 미안해서 마음 졸이는 우리 부부를 생각해 보면 처음으로 그 글에서처럼 아이와의 여행이 욕심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아이라는 변수, 늘 긴장하는 엄빠


여행에서 비행만 힘들었던 것은 아니다. 어른들끼리 가는 여행도 마음을 쓰게 되는데 아이랑은 더할 수밖에. 여행에는 곳곳에 변수가 있다. 그러니 미리 짜놓은 계획대로 딱 맞춰 이어지는 여행을 가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여행하며 여태껏 이런 크나큰 변수는 겪어본 적 없었으니, 그것이 바로 우주다. 아이스크림, 과자를 사달라고 광장 한복판에서 우는 우주. 유럽의 오래된 건물에서 층간소음은 생각 않고 뛰는 우주. 울퉁불퉁해서 유모차가 오히려 짐인 리스본 거리. 그리고 가장 최악인 여행 중 갑자기 아픈 아이. 2주 간의 여행에서 아이로 인해 경험한 변수들이다. 나열하니 간략한데 단언컨데 간략하지 않은 고통이었다.


나와 남편이 힘든 것은 당연했다. 나갔다 들어오면 우리는 기절했다. 그리고 그건 우주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사실 우주가 여행 초기에는 가장 힘들어했다. 우주는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한 친구다. 그런 친구가 (물론 짧은 기간이지만) 우리와 다른 언어를 쓰고, 처음 보는 외국인만 살고, 색다른 음식을 먹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니 아마 가장 힘든 것은 우주였을 거다. 아이의 스트레스를 볼 수 있었던 것이 야경증이었다. 밤마다 우주는 울며 깨곤 했다. 앞서 말한 새로운 환경에 던져진 우주는 비행의 고충까지 짊어지며 스트레스를 받았던 거다. 오열하며 깨는 우주에게 괜찮다고 등을 쓸어내릴 때마다 ’정말 괜찮은 것 맞나?‘싶었다.


여행 초기 밤에 야경증으로 힘들어하던 우주는 낮에는 우리를 안아주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우주가 꼭 지켜줄게!”


아마 모든 것이 처음인 곳을 여행하고 있는 당시 상황이 우주에게는 위협적이었나 보다. 그러니 엄마, 아빠를 지켜준다고 선언하곤 했던 것이다.













작은 아이가 낯선 상황이 무서워서 되려 엄마, 아빠를 지켜준다고 선언했을 때, 우리는 우주에게 말해주었다. 우주가 그렇게 말해주어 고맙지만 아이들이 어른들을 지키면 안 된다고. 엄마, 아빠가 우주를 꼭 지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 말을 반복해서 하니 우주도 마음이 안심이 되었는지 점점 여행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셋은 수많은 잊지 못할 행복란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는 아이와의 여행, 그 행복에 대해 끄적여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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